직장 상사 길들이기, 블렌딩된 B급 요소들

fresh review

by 정세현

B급 감성을 잘 살린 영화들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감성이 B급이라고 해서 다른 요소들까지 B급이면 그건 그냥 완성도 낮은 영화가 된다. <직장 상사 길들이기>가 대놓고 B급 감성을 어필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다른 요소들까지 A급이 아니라는 건 아쉽다.


헐리웃 짬밥이 두둑한 샘 레이미 감독답게 탄탄한 기본기가 돋보인다. 연출에서 튀는 부분도 없고 화면전환도 매끄럽다. 초반부에 관객들에게 캐릭터를 인지시키는 과정도 억지스럽지 않고 무난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탄탄한 기본기는 완성도 높은 영화를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게 문제다. 112분 내내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을 뿐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없다. 러닝타임 내내 툭툭 치듯 코미디 요소가 배어있어 킥킥거리며 보는 재미가 있다는 게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이고 코미디 장면도 크게 웃기거나 인상적이진 않았다.

직길2.jpeg 탄탄한 기본기


취향 따라 갈릴 순 있겠으나 꽤 풍성하게 들어가 있는 고어씬들은 고어를 위한 고어처럼 느껴져서 만족스럽지 않았다. 끓지도 않은 물을 때려 부어서 커피를 내리는 기분이랄까. 기계적으로 고어한 장면만 추가해서 B급 정서를 우리려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중반 이후를 지나가며 이도 저도 아니게 흘러가는 서사의 방향성이다. 뇌절을 하던지, 메시지를 전하던지 어느 쪽이든 선택을 했으면 싶은데 <직장 상사 길들이기>는 그냥저냥 한 이야기로 지지부진하게 러닝타임만 늘린다. 이런 영화에 심도 있는 캐릭터를 기대하는 건 아니었지만 결말에 도달했을 때는 전반에 착실히 쌓았던 주연진의 캐릭터조차 어딘지 모르게 흐려져서 팝콘무비스러운 깔끔함조차 느끼기 어려웠다.

직길1.jpeg 흐려진 캐릭터


결론적으로 <직장 상사 길들이기>는 B급스러운 무언가가 블렌딩된 B급 영화다. '샘 레이미'라는 이름값을 믿고 극장에서 관람했지만 굳이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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