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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면 참 좋겠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2시간 내내 완벽하기 쉽지 않다. <왕과 사는 남자> 역시 중반부까지는 거의 흠잡을 것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었지만 마지막 30분 동안 너무 많은 부분에서 무너져내렸다.
주연으로서의 유해진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코미디와 드라마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연기력과 찰진 대사 소화능력까지 유해진의 존재만으로도 영화의 70%가 채워진다. 여기에 이홍위를 연기하는 박지훈은 의외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영화의 완성도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유지태, 이준혁, 박지환 등 호화롭게 채워진 조연진도 눈을 즐겁게 한다. 무엇보다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서사는 클리셰적이지만 매끄럽고 다양한 웃음 포인트를 품고 있다. 단종의 유배지가 정해지는 과정과 유배지 생활이 끝나는 지점까지는 이야기의 개연성도 충분하고 영화적인 재미도 풍성해서 충분히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중반부까지의 빌드업은 아름답고 튼튼하게 올라갔지만 그 이후부터는 급격하게 많은 것들이 무너져 내린다. 잘 쌓아 올린 캐릭터는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고, 자연스러웠던 연출은 지금부터 내 할 말을 꼭 해야겠다는 식으로 메시지를 화면에 때려 박는다. 결말이 정해져있는 실화 배경의 사극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후반부에 작심하고 부어버리는 신파는 갑자기 영화관의 시간을 2000년대로 돌려버리며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든다. 결말부에 이토록 과하게 내달려야 했던 이유는 뭘까. 장항준 감독의 의도가 뭐였는지 100% 이해할 순 없지만 화면을 바라보는 관객의 입장으로서는 점심 저녁에 밸런스 있는 식사를 한 후 집에 와서 폭식하는 사람을 보는 기분이었다.
결론적으로 <왕과 사는 남자>는 중반부까지만 봤을 때 준수하게 잘 만든 사극이다. 전국민이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이야기와 캐릭터의 맛이 잘 살아있다. 다만 후반부에 조금만 힘을 빼고 담백하게 끝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오래도록 기억되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