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습니까?

column review

by 정세현

Intro

결론부터 말한다면 나는 이 영화가 과연 올해의 영화라는 극찬을 받을 만 한지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수많은 수상경력과 주변의 조금은 과한 듯한 칭찬에서 한걸음 물러나 영화를 본다면 <문라이트>는 분명히 의미 있는 질문, 깊이 있는 연기와 준수한 연출이 합쳐진 좋은 영화인 것은 확실하다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주인공 샤이론의 인생을 세 챕터에 걸쳐 천천히 훑어 나가는 <문라이트>는 111분 동안 진득하고 다채롭게 한 사람의 삶을 성찰한다. 주로 샤이론이 겪는 고민과 고뇌의 순간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는 영화의 서사는 건조하고 진지한 편이어서 관객들로 하여금 얼마간의 집중력을 요한다. 특히 <문라이트>의 메시지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시골 음식처럼 담담하다. 하지만 메시지가 담기는 그릇은 퍽 세련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배리 잰킨스 감독이 이야기를 담는 방법이 주는 느낌인 것 같다. 이렇게 메시지에 인위적인 맛이 빠지다 보니 영화를 보는 동안 감정이 소용돌이치기보다는 영화가 끝난 후 발걸음이 영화관을 떠났을 때부터 <문라이트>의 메시지는 가슴 한켠부터 차오른다.

3.jpg 샤이론


많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토록 메시지가 자연스럽고 담담하지만 깊이 있게 전달될 수 있는 이유는 주인공 샤이론 역으로 등장하는 세 명의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8할 정도를 차지하는 것 같다. 애당초에 말이 많지 않은 역할로 등장하는 샤이론은 시종일관 눈빛과 행동으로 대부분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처음에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던 샤이론의 이런 행동들은 조금씩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들며 끝내는 샤이론의 마음과 연결되는 통로가 된다. 이처럼 주인공의 대사가 많지 않아서인지 <문라이트>에서는 배우들이 던지는 대사, 단어 한마디 한마디가 작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어쩌면 감독은 이 두 가지를 모두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많이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감정이 전달된다는 것, 그리고 말 한마디도 가끔은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

2.jpg 눈빛


존재감을 가지는 OST

<문라이트>에서 주변 음 이외의 음악이 등장하는 신은 결코 많지 않다. 하지만 시의 적절하게 등장하는 음악들은 영화에서 또렷한 존재감을 가지고 다가온다. 관객들의 감정을 동요시키거나 어떤 상황을 강조하기 위한 OST가 아닌 단지 그 장면에서 그 주인공의 머릿속에 울릴 것만 같은 그런 노래, 섬세하다고 표현하기에는 뭔가 무뚝뚝하고 그냥 넣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오묘한 OST들은 <라라랜드>같은 영화에서 음악이 사용되는 지점과 정 반대의 지점에서 동일한 무게감으로 영화를 뒷받침한다.

1.jpg OST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문라이트>가 좋은 영화로 평가받는 이유는 하나의 가치관이나 주장만이 들어있는 영화가 아니라 다양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는 그저 한 사람이 정의될 수 있고 처할 수 있는 다양한 단어들을 나열하는 듯하다. 흑인, 게이, 마약. 이 단어들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이 단어들에 대해서,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하며 살고 있는가. 극 중 샤이론을 괴롭히는 누군가를 보며 분노를 느꼈는가? 그 모습이 나는 절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나를 정의하는 것, 내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해서, 그리고 그 주변의 사람과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문라이트>는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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