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소 고지, 신념과 행동에 관하여

column review

by 정세현

Intro

이 영화는 단순한 종교영화가 아니다. 종교를 가진 한 남자의 신념과 행동에 관한 영화다. 물론 누군가는 미국의 전쟁 영웅 만들기라고 얘기할 수도 있고, 또는 여전히 이 영화는 단지 종교에 관련된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영화를 어떻게 볼지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지만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놓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전쟁영화의 미덕, 리얼리티

관객들이 장르 영화를 마주할 때 적어도 한 가지씩은 기대하는 강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전쟁영화에서의 그것은 주저 없이 리얼리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핵소 고지>는 자신이 가져야 하는 강점이 놀랍도록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영화다. 최근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지 않았던 점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전쟁영화를 통 털어도 <핵소 고지>의 전투 신들은 최고에 가깝다. 특별히 의무병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답게 <핵소 고지>는 일면 고어 할 정도로 전쟁터의 참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리고 멜 깁슨 감독의 이런 선택은 관객들에게 전쟁의 잔혹함과 인간의 나약함이 동시에, 아주 강렬하게 전달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무엇보다 거북한 효과나 늘어지는 전개 없이 생생하게 연출되는 전쟁터는 그 자체로 <핵소 고지>가 가지는 강점이다.

4.jpg 리얼리티


가필드에서 도스로

<핵소 고지>로 골든 글로브와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앤드류 가필드는 극 중 신념에 따라 총을 들지 않는 데스몬드 도스의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영화는 크게 전쟁터에 가기 전과 후의 도스를 보여주는데, 자신의 신념에 의해 비난받고 고통받는 도스에서 전쟁터의 영웅이 되기까지 도스의 모습은 앤드류 가필드의 훌륭한 연기에 의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특히 전쟁터의 한 복판에서 총 한발 쏘지 않지만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도스의 모습은 관객들의 마음에 잔잔하지만 깊이 있는 울림으로 남는다. 또한 영화가 앤드류 가필드의 원탑 영화에 다름 아니지만 그의 옆에서 이야기의 틀을 잡아주는 샘 워싱턴과 휴고 위빙, 테레사 팔머 또한 제 몫을 다하며 영화는 데스몬드 도스라는 캐릭터를 조금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가져간다.

2.jpg 도스


실화라는 사실을 넘어

개인적으로 훌륭한 실화 영화는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실화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핵소 고지>또한 실화 그 자체에 집중하지 않으며 인위적인 감동을 경계한다. 하지만 결대로 흘러가는 도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대단한 청년이 신념을 바탕으로 해낸 일에 경이감을 느끼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핵소 고지>는 '전쟁터'라는 모든 것이 무시당하는 공간에서 한 명의 '인간'이 신념을 가질 때 해낼 수 있었던 '행동'에 집중한다. 분명히 75명이라는 숫자는 놀랍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영화는 우리가 75명이라는 결과가 아닌 그가 행동했다는 사실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1.jpg 행동


신념을 지킨다는 것

누구나 자신의 신념이 있다. 그 세기가 약하거나 강할 수는 있지만 누구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분명히 행동이 필요하다. 데스몬드 도스는 전쟁이라는 격한 상황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켰고 결국 자기 주변 모두의 편견과 생각을 바꾸었다. 물론 신념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항상 긍정적인 결과, 혹은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싶다면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 이것이 <핵소 고지>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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