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솔직히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엔 이병헌이 떠난 여행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왜 <싱글라이더>의 각본이 충무로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기대를 받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싱글라이더>는 시종일관 조용하고 차분하게 관객들을 관찰자로 만든다. 주인공 강재훈이 걷는 길, 보는 것들은 고스란히 관객들의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마냥 지루하진 않다. 완만한 기승전결을 내포하는 서사는 잔잔하지만 관객들의 집중력을 건드려야 하는 부분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97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싱글라이더>는 영화의 제목처럼 외롭다. 삶을 여행하는 누구나가 그렇듯, 그리고 영화는 그 외로움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사실을 돌아서서 마주했을 때의 심정, 영화 속 강재훈이 끝내 터뜨리는 눈물 속에는 단순하지 않은 우리 모두의 외로움이 담겨있다.
봄바람에 날아가는 흰색 비둘기의 깃털처럼. 혹은 영화가 시작할 때 조용히 화면에 떠오르는 고은의 시처럼. 이병헌의 연기는 그토록 섬세했다. 많이 말하지도, 많이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저 걷고, 보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렵다. 그래서 더 이병헌이어야 했나 보다. 영화 속에서 이병헌이 보여준 강재훈은 충분히 외로웠고 더불어 관객들도 함께 외로웠다. 그리고 그 옆에서, 공효진이 보여준 연기 또한 감사했다. 영화 속 수진이 간직했던 감정과 생각들은 공효진이라는 통로를 통했기에 그토록 생생하고도 시리게 다가왔다. 그렇게 두 배우들은 홀로 떠나는 여행자였다. 영화는 그들이 보여준 연기만큼 깊어졌다.
<싱글라이더>는 과도하게 OST가 사용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하지만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시퀀스가 전환될 때 중간중간 무심하게 툭 떨어지듯 들어오는 음악은 그 타이밍처럼 관객들의 마음을 툭 하고 건드린다. 머리로 영화를 이해하는 과정과 감성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중간의 지점, 음악은 그곳에서 예리하게 관객들의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싱글라이더>의 서사가 벽에 칠한 페인트가 아닌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처럼 와 닿는 이유는 이토록 노련한 조영욱 음악감독의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주영 감독은 데뷔작 답지 않게 수려한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가 보여주는 서사의 흐름은 잔잔하지만 강력했고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는 차분하지만 깊이가 있었다. 호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톤 앤 매너 또한 이질적이지 않게 다가왔고 영화가 가지는 작지 않은 반전 또한 메시지가 전달되는데 방해가 되지 않고 잘 녹아들었다. 그렇게 <싱글라이더>는 삶을 여행하는 모든 싱글라이더, 혼자인 사람들에게 던지는 작은 편지가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삶이란 여행지를 홀로 여행 중인지도 모르겠다. 극 중 강재훈은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무엇인가 깨달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각본을 쓰고 직접 연출한 감독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