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 가장 뜨거운 안녕

fresh review

by 정세현

Intro

우리가 언제 이토록 오랫동안 하나의 캐릭터를 꾸준히 연기한 배우와 이별한 적이 있었던가.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뜨겁게 연기하고 뜨겁게 사랑받았던 배우, 휴 잭맨의 울버린은 그의 마지막 울버린 영화인 <로건>에서 가장 뜨겁게 우리에게 안녕을 고한다.


울버린이 단독으로 주연을 맡은 3번째 영화이자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로건>은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울버린과 찰스 자비에의 마지막 이야기를 그린다. 예고편에도 나오듯 영화에 등장하는 울버린은 우리가 자주 봐오던 히어로들과 달리 늙고 지쳐있다. 하지만 이미 한국 나이로 50세에 다다른 휴 잭맨에게는 이런 모습이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그가 지금껏 보여준 울버린의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17년의 세월을 몸으로 겪은 울버린을 보는 듯해 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액션이 등장하는 신에서는 여전히 폭발적이고 그 다운 모습들이 연출된다. 우리가 사랑했던 울버린의 모습 그대로. 한편 바통을 이어받는 로라 역의 다프네 킨은 11살의 어린 나이에 이번 영화가 그녀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 눈빛과 행동에서 묘하게 울버린을 연상시키는 그녀는 영화 내내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새로운 울버린의 탄생을 스스로 납득시킨다.

2.jpg 탄생


코믹스 원작을 가지고 있지만 로라의 등장에 알맞게 각색된 이야기는 치밀하거나 신선하진 않지만 1대 울버린의 퇴장에 알맞게 포장되어있다. 영화는 지금까지 개봉한 엑스맨 영화들과도 상당히 동떨어진 개별적인 세계관에서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앞선 시리즈들을 전혀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로건>의 이야기를 100% 따라가기엔 무리가 있다. 특히 대사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울버린과 찰스 자비에 간의 대화와 그 속의 웃음 포인트는 전작들을 모르는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없을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시리즈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충실한 관객이라면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에게 <로건>은 상대적으로 소소한 액션의 규모와 기승전결에 특별한 임팩트가 없는 히어로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1.jpg 팬이라면


결론적으로 <로건>은 울버린이 팬들에게 고하는 뜨거운 인사와 같은 영화다. 그가 지금껏 선보인 클로를 사용한 액션의 풍부한 변주, 엑스맨 시리즈의 역사를 이용한 깨알 같은 대사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는 대체자를 생각할 수 없는 휴 잭맨 그 자체로서의 울버린을 보여주는 137분, 그것이 <로건>의 존재 이유다. 하지만 영화는 영리하게도 울버린의 마지막 영화를 그에게 바치는 헌사로 끝내지 않고 로라를 소개하는 용도로도 훌륭하게 완성해냈다. 우리가 사랑했던 캐릭터를 보내고 새로운 캐릭터는 맞이하는 영화, <로건>은 완성도 면에서 훌륭하다고 할 순 없을지라도 본인이 만들어진 이유만은 훌륭하게 수행해낸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눈길, 아픈 역사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