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사일런스>는 재미있게 볼 만 하지 않다. 관람의 과정이 고통스러워 두 번 보고 싶지도 않다. 기승전결이 명확하지 않아 서사적 즐거움이 크지도 않다. 하지만 분명히 관람할 가치는 있다.
<사일런스>의 러닝타임은 2시간 40분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시원하게 달리는 액션 영화를 관람해도 2시간이 넘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하물며 159분 동안 치열하고 처절하게 고뇌하는 영화라면 관객들의 진이 빠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1966년도에 발행된 도서, <침묵>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 <사일런스>는 일본으로 선교를 떠난 신부들의 전도 여행기를 그린다. 그리고 그 과정은 앞서 말한 대로 고통과 고뇌의 연속이다. 영화는 우리가 평소에 할법한 고민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어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고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스크린에 그려낸다. 누군가의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이 지켜지는 환경과 그렇지 못한 모든 상황들, 주변인들이 한대 어우러지는 영화는 극한 선택의 기로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을 잔인할 만큼 날 것으로 표현한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에 다다른 배우, 앤드류 가필드는 얼마 전 <핵도 고지>에서도 신념을 지키는 종교인으로서 열연을 펼쳤다. 이번 영화 <사일런스>에서도 극한의 상황에 처하는 신부 역할로 열연을 펼친 앤드류 가필드는 긴 러닝타임 동안 원탑 주연으로서 관객들의 집중력을 힘 있게 부여잡는다. 1년 4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무려 18kg이 빠졌다는 그의 연기는 고뇌하는 신부를 넘어 한 명의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연기하는 선량하고 미워할 수 없는 신부, 로드리게스의 모습은 그를 보는 사람들을 설득시키며 가슴 깊숙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오래전부터 원작, <침묵>을 영화화하고 싶어 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집념과 열정은 <사일런스>를 탄생시킨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 30년에 가까운 고민이 응집된 그의 연출은 영화의 톤 앤 매너를 이해하는 듯 집요하지만 담담하다. 화면의 흐름은 하느님의 음성을 기다리는 신부처럼 차분하다. 독특하거나 다채로운 연출은 지양되고 고전적이고 정적인 연출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2시간이 넘게 영화를 보고 나면 <사일런스>를 보여주는 방법에 대한 스콜세지의 선택은 적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연출로 인해 영화는 시각적인 쾌감을 얻지 못한 대신 깊이 있는 울림을 선사한다. 물이 나올 때까지 우물을 파는 듯한 스콜세지의 연출은 그가 파내려 간 영화의 깊이만큼 관객들의 마음을 파내려 간다.
이 영화는 분명히 종교영화다. <핵소고지>가 종교의 색채를 입은 전쟁영화에 가까웠다면 <사일런스>는 믿음과 신념, 그리고 그것들을 지켜내는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종교영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종교인이 아니라면 관람할 가치가 없는 영화는 아니다. <사일런스>는 가장 치열하고 생생한 방법으로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해, 방법에 대해,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기독교나 가톨릭교도라면 분명히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하겠지만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유의미한 울림을 전달할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