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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괴수를 보여주는 본연의 임무에는 충실하다. 하지만 괴수에도, 그렇다고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에도 캐릭터로서의 정체성이 명확히 부여되지 않으니 보는 내내 일종의 괴수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다.
<콩: 스컬 아일랜드>는 워너 브라더스가 만들고 있는 괴수 유니버스의 두 번째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영화가 괴수 유니버스의 첫 영화라고 알고 있지만 쿠키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 워너 브라더스는 이미 2014년 개봉한 영화 <고질라>와의 연계를 예고했다. 덕분에 이번에 등장하는 킹콩은 지금까지 우리가 여러 영화에서 만났던 킹콩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크기에서도 그렇지만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라기보다는 괴수 중의 하나로서 소비되는 경향이 크다.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이미 거대한 스케일과 다양한 괴수들이 그다지 신선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스토리 구조의 치밀함이 트랜스포머만도 못한 워너 브라더스의 괴수 유니버스가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런 배경과는 별개로 <콩: 스컬 아일랜드>가 보여주는 CG 자체는 감탄할 만하다. 괴수들의 움직임이나 배경과의 조화와 화려한 효과들은 제작비 2,200억이 허투루 쓰이지 않았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토록 아낌없이 쓰이는 그래픽 효과들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내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어느 지점에 이르면 놀라움보다는 공허함이 더 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별히 아쉬운 지점은 영화가 놀라운 CG 수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와의 결합에 있어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큰 틀에서의 흐름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관객들의 집중력이 충분히 영화에 밀착될 수 있는 지점은 찾기 힘들다. 미지의 섬에 들어가서, 예상치 못한 괴수를 마주하고, 섬을 탈출한다는 플롯에서 <쥬라기 공원>의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1993년에 만들어진 영화의 감정선이 2017년의 그것보다 낫다는 생각에서 CG의 존재 의미가 돈을 쓰기 위한 것인가, 하는 회의감마저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콩: 스컬 아이랜드>는 화려한 볼거리 외에는 특별히 건질 수 있는 것이 없는 영화인 것 같다. 괴수에서 정체성을 찾는 것이 힘든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화려하게 구성된 인간(?) 구성원들 또한 인물의 성향이 일차원적이고 얕게 묘사되어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마치 화려하게 포장된 선물 박스 안에 빈 공간을 확인한 듯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괴수 유니버스 시리즈가 어쨌든 나오게 될 시리즈라면 다음 영화에서는 조금 더 발전한 캐릭터와 감정선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