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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r 24. 2017

나의 딸, 나의 누나, 확대해보는 역사의 일면

fresh review

Intro

필자가 잠시 뉴욕에 거주하던 시절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공간은 그리 멀지 않았다. 직접 보고, 지나다녔지만 나에게는 그저 다른 나라의 일처럼만 느껴졌다. 토마스 비더게인은 우리에게는 하나의 신문 지면으로만 다가올 수도 있는, 지금 프랑스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족의 일을 확대한다.


최근 유럽에서는 청소년들의 가출과 IS로의 가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테러와는 거리가 있는 지구 반대편의 우리에게는 '그렇다더라'이상으로는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다. 토마스 비더게인은 최근의 이런 상황을 가장 극심하게 겪고 있는 프랑스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만들어냈다. 스크린에 그려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는 실화는 아니지만 실화처럼 생생하고 가깝게 느껴진다. <비판>, <러스트 앤 본>등의 각본을 도맡았던 토마스 비더게인 감독의 특장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지점, 관객들은 숲을 걸어 들어가듯 천천히, 하지만 녹아들듯 이야기에 빠져든다. 처음에는 나무 몇 그루가 보이는 등산로처럼 평면적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울창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숲 속에 들어와 있듯 다채롭게 이야기를 엮어낸다.  

다채로운


잃어버린 딸의 아버지 역, 프랑소아 다미앙과 동생 역의 피네건 올드필드의 연기는 평균 이상을 보여준다. 가족을 잃은 구성원들의 연기는 항상 분노와 절망 그리고 어느 정도의 희망을 모두 요구하는 힘든 연기다. 프랑소아 다미앙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딸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영화가 초반부에 힘을 잃지 않도록 서사를 뒷받침한다. 한편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피네건 올드필드는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영화의 톤 앤 매너를 세심하게 이끌며 관객들이 인내심을 잃지 않고 서사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나의 딸, 나의 누나>는 연기가 아주 뛰어나서 배우들만 보이는 류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두 배우와 조연들이 보여준 준수한 연기는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리지 않고 잘 보필했다고 생각된다.

준수한


<나의 딸, 나의 누나>는 많은 것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하지만 전해지는 울림은 대사의 분량과 반비례한다. 딸 한 명이 가출하며 일어나는 일단의 사건들을 통해 보여지는 가족과 개개인 삶의 변화는 드라마틱하면서도 현실적이다. 토마스 비더게인은 이런 서사의 흐름 끝에서 영리하게도 해피와 배드를 나누는 엔딩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인생이랑 그렇다는 듯 흘러가는 그 중간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고 한 사람의 인생, 선택이 쌓이고 쌓여서 변화하는 삶과 문화의 모습들을 확대하듯 자세히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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