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 A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교사면 편하고 좋겠다. 놀고 돈 받고", "코로나라 애들 안 오면 편하잖아?"
앞으로도 여러 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이런 말들은 아직은 익숙하지 않았다.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학급 경영, 수업 준비, 아이들 및 학부모 상담, 학교 업무 처리 등 여태 내가 쌓아 올렸던 것들이 한 번에 무너지는 듯했다.
야속했다. 네들이 뭘 안다고. 평소에 날 이렇게 생각했다고 떠올리니 섭섭했다. 괜히 내가 몸 담고 있는 교직이 깡그리 무시당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같이 있던 친구 B가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 쉬운 직업이 어디 있어? 전부 어렵지." 병원에서 일하다 현재 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차분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는 단단함이 있었다. 마치 "그래 다 힘들지. 그치만 우리 모두 잘하고 있어."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아 울컥하기도 했다.
순간 '너는 얼마나 어려운데?' 하고 속으로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사실 유독 힘들 날이긴 했다. 추운 겨울날이었다. 30분 일찍 나와 교통 지도를 시작했다. 급하게 나온다고 장갑을 두고 나오고 말았다.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라 이손 저손 바꾸어가며 깃발봉을 잡았다. 정말 추웠지만 여러 학생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다 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
교실에 도착해서는 9시에 있는 원격 조종례를 준비했다. 오늘 공부할 내용, 과제를 확인했다. 그런데 대면 수업을 하고 있는 선생님께서 TV, 컴퓨터가 연결이 되지 않는다며 도와달라고 하셨다. 교실에 도착해 이것저것 만져봤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업체에 전화해 방문요청드렸다.
다시 교실에 도착해 보니 약속 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다. 사과와 함께 원격 조례를 시작했다. 아이들 이름을 부르고, 오늘 공부할 내용과 과제를 안내했다. 접속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직접 또는 부모님께 일일이 전화했다. 코로나 의심 증상 있는 학생에게는 체온 및 호흡기 증상 여부에 관해 물어보고 기록했다.
접수 공문을 확인했다. 유독 올해는 정보 관련 공문이 많았다. 원격에 대비해 노후화된 정보 기기 교체 공문이 여러 차례 내려왔고, 두 차례에 걸쳐 약 30대의 컴퓨터, 모니터를 교체해야 했다. 10대만 남은 상황이었는데, 어느 교실에 배치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시간이었지만 편치 않았다. 얼른 밥을 먹고, 다시 자리에 앉아 제출 문서를 확인하고, 공문을 기안했다. 메신저로 담당 선생님께서 요청하신 업무 자료를 드렸다. 회의 시간이 다 되었다. 2시부터 학사 운영 일정 및 교육과정에 관해 의논했다.
교실에 올라오고 나서 보니 벌써 약 3시 30분쯤이었다. 홈페이지에서 진도율 및 과제 제출 유무를 확인하고, 내일 대면 수업 준비를 했다. 미술 수업이 있어 재료 준비하다 보니 퇴근 시간이 벌써 넘었다.
그 상태로 부랴부랴 차로 약속 장소로 향했고,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친구 말이 맞다. 세상에 쉬운 직업은 없다.
단, 쉬운 직업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큰 어려움이 닥친 현실에도, 보이지는 않는 곳에서 담담히 노력하고 있기에 지금이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