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은 잘 모르는 학교의 세계 1
교사가 아닌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내게 물어보는 단골 질문이 있다.
'교사면 애들 가르치면 끝 아니야?'
그들의 말의 뉘앙스에는 학생들 하교 후에는 편하지 않냐는 비아냥이 담겨 있기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 나 또한 교사가 되기 전 그들과 비슷한 생각이기에 크게 나무랄 수 없었다.
친구의 말처럼 교사가 학생 지도에만 정말 집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 한국 학교에서는 그렇지 않다. 행복학교(다행복학교)와 같이 특수한 학교가 아닌 이상, 교사 대부분은 학생을 지도하는 일 외에 학교 업무를 추가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아래 사진에 첨부되어 있는 업무 분장을 살펴보면 교내에 업무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생 선수 관리부터 학부모회까지. 아래의 표를 보면 알겠지만, 아이들 교육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일도 있지만 반면에 '이런 것까지' 하는 업무도 분명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사실 내가 속한 학교는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수가 많기에 교사의 수가 많다. 하지만 반대로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교원 수 또한 적다. 따라서 이 모든 업무를 적은 수의 교사가 나누어 일을 해야 한다.
사실 나의 경우, 첫 발령을 받은 학교가 규모가 작은 학교였다(전교 10 학급 정도). 아이들 하교 후인 3시부터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퇴근 시간인 4시 30분까지는 업무를 결코 마칠 수 없었다. 자연스레 퇴근 시간을 넘어 초과 근무를 하게 되었고 업무를 주구장창하게 되었다(계획 수립, 예산 사용, 보고 등). 부끄럽지만, 수업 준비는 소홀히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악순환은 2학기 말까지 계속 반복되었다. 아이들 한 명에게 관심을 줄 시간이 부족했다. 물론, 신규 교사였기에 업무에 대한 요령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퇴근 시간이 되어서도 불이 켜져 있는 교실이 여럿 교실을 보며, 내가 처음이라 그런 것만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교사에게 새로운 아이들 만나는 것만큼이나, 업무 분장이 결정되는 날 긴장도가 높은 편이다. 교원은 사전에 업무 희망서를 제출하고, 관리자(교감 교장 선생님)께서는 고민을 통해 한 명당 교원의 업무를 배정한다. 업무 배정이 되는 날에는 원하는 업무를 맡게 되어 기뻐하는 선생님, 원치 않는 업무를 맡게 되어 우울해하는 선생님이 교차한다. 이는 분명 교내에서 업무의 난이도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스레 이러한 업무 분장 때문에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나 또한 올해 희망하는 업무 지원서를 제출했다. 올해는 과연 나는 어떤 업무를 맡게 될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맡게 되는 업무에 따라 아이들 지도와 내 삶이 달라진다는 게 참 이상한 노릇인 거 같다.)
교원이 항상 외치는 말이 지만, '업무 간소화'가 필요하다. 크게 중요하지 않는(학생 지도와 큰 관련이 없는) 공문을 쓰고, 보고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교원에게 업무가 많아질수록, 당연히 아이들에게 신경 쓸 시간은 더욱 부족해진다. 수업 준비와 아이들과 상담할 시간을 뺏긴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위해 이런 업무들이 꼭 필요하다면, 교내의 교사 수를 늘려 한 명당의 업무를 줄여야 한다.
나는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제발 업무를 하다 소위 '현타' 오게 되는 그런 날이 적어지면 좋겠다.
대부분의 교사는 분명 아이들을 잘 지도하기 위해서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