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모쏠이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후기

연애 관련 예능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 나로서는 <솔로지옥>, <하트시그널>, <하트페어링>, <러브캐쳐>, <환승연애> 등 웬만한 예능은 이미 섭렵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 어떤 빌런이 스토리를 흥미롭게 해 줄까?' 하며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의 연애 예능은 이미 레드오션 같았다. 과연 여기서 더 새로운 게 나올 수 있을까 싶어 이번 프로그램에 회의적인 편이었다.

'모태솔로'의 힘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여태까지의 연애 예능과는 차원이 달랐다. '모태솔로'라는 타이틀에서 나오는 힘은 강렬했다. 이들은 제대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기에 모든 것이 서툴렀다. 여태 연애 예능에서 볼 수 있었던 이성을 꼬드기기 위한 달콤한 말과 행동들은 대부분 이에게 보이지 않았다. 계산된 스킨십도, 연습된 멘트도 없었다. 너무 서툴렀다. 하지만 그들의 서툼은 오히려 너무 큰 매력이었다.

제작진의 따뜻한 시선

대부분의 예능에서는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인 편집으로 화제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그 반대에 가까웠다. 출연진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생각을 하면 충분한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의아할 수 있는 말과 행동에도 어떤 이유가 있는지 충분히 납득이 갔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은 그들에게 맞춤형 멘토링으로 그들의 외모는 물론 습관과 심리 상담까지 지원해 주었다. 아마 이 부분이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 다른 지점 같다. 이들의 진정한 성장을 바라는 제작진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의 첫사랑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출연진의 행동을 보며 친구와 갑론을박을 했다. 하지만 우리들의 첫 연애와 첫사랑을 떠올려보자. 첫 연애할 때 과연 얼마나 완벽했을까? 우리 모두도 전부 모태솔로였다. 완벽하게 믿었던 이상형은 매력적인 이성의 등장으로 산산이 깨지기도 했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말로 의도치 않게 기분 나쁘게 만들기도 했을 테다. 사랑 앞에서 삐걱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서툰 모습을 보였 주었지만, 사실 누군가를 따뜻하고 열정적이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시작에 필요한 용기

우리 모두는 사실 모태솔로였다. 나 역시 첫사랑과 첫 연애를 떠올려보니 정말 설레었고, 동시에 두려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시절은 정말 순수했고, 진심이었던 거 같다. 사랑이란 어둡기도 하지만, 사실 아주 밝게 빛이 나는 존재이다. 또 언제나 다가가기엔 두렵지만 막상 앞에 다다랐을 때는 정말 따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툴러도 괜찮다. 중요한 건 진심이고, 진심을 표현할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