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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Jul 11. 2021

독서의 이유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꼭 당연하지는 않은 것

국어 과목을 가르치다 보면 글을 읽고 쓰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을 접하게 된다.

'생님, 왜 책을 읽어야 하나요?'


"음..  그야  당연히 지식이 쌓이고..." 처음 그 질문을 들었을 때는 뭐라 답변해야 할지 딱 떠오르지가 않았다. 뭔가 선생님처럼 답변해야 할 것만 같았다.


학생에게 명쾌한 답변을 주지 못한 게 미안했다. 그래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리고 집에 있는 동안 곰곰이 각했. '왜 책을 읽어야 할까?'


러고 나서 내가 책을 읽게 된 계기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책이 좋아졌던 순간은 언제일까?' '제일 책을 많이 읽었던 때는 언제일까?' '왜일까?'생각해보았다.


부끄럽지만 나는 학창 시절 언어(현 국어) 과목 성적이 좋지 못했다. 언어 과목이 모든 과목 중 성적이 제일 낮았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싫어하는 과목은 아니었는데,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나서부터 국어 과목은 소위 '진저리 나는' 과목이 되어버렸다.


고등학교 1학년 첫 언어 모의고사를 칠 때였다. 난생처음 보는 ' 듣기', '문법', '문학', '비문학'  러 내용이 등장해 당황하게 만들었다. 골머리를 앓았지만 나름 글을 읽으려고 애썼으며, 문제를 풀어나갔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감독께서 시험 종료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음을 알려주셨다. 50문제 중 단 30번 문제를 풀고 있었기에, 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너무 급박한 나머지 OMR카드빠르게 작성했고, 뒤에 대부분의 문제는 아무 번호로 마킹해버렸다. 결과는 당연히 만족스럽게 나오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국어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된 사건 있었다. 수업 시간에 매일 자고 떠드는 학생 언어 과목에서 만큼은 1등급을 맡더라.  물론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공부했을 수도 있지만, 뭔가 그때의 감정은 미묘했다. 알 수 없었다. '매일 열심히 필기하던 학생' '하루 종일 엎드려만 있었던  학생'. 불공평한  같았다. ' 국어 재능이구나!',  '공부 만큼 성적이 나오는 과목이 아니구나!' 하고 생각했.


 이는 내가 글을 빠르게, 또 정확하게 못 읽는다는 걸 자책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마저 생겨났다. 내가 글을 천천히 읽는다는 , 자체가 트라우마가 되었다. 문제를 풀 때에도 이 답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성인이 되었고, 한동안은 글 읽기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학교 내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다 우연히 '독서 모임'을 발견했다. 독서모임 운영장은 '책으로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함께 책 읽고, 생각을 나눌 사람을 찾습니다.' 처음에는 책이 인생을 바꾸었다는 말이 전혀 와닿지 않았다. 글의 내용에는 마치 책을 신봉(?)하는 것처럼 느껴져 조금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무료하게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는 터라 새로운 자극 점을 찾고 싶었다. 


모임은 일주일에 한 번 운영되었고, 총 2권을 읽어와야 했다. 1권은 모임에서 지정된 책을, 1권은 자유 책을 읽으면 되었다. 대부분의 필독 책은 '자기 계발서'로 이루어져 있었다. 자기 계발서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쓴 글들이 많았는데, 신기하게도 이 사람들이 쓴 내용에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대부분 책을 꼭 읽었다는 것. 독서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이에 해당되었다.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일은 더 흥미로웠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서로 다른 배경에서 자라고, 속해 있는 환경이 다르기에 같은 해석은 단 하나도 없었다. 비슷해 보였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전부 다른 내용이었다.

이게 바로 독서모임의 묘미였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책이라는 존재에 대해 친해지게 되다. 시험처럼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니,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었다. 내가 읽고 싶은 대로 읽으면 되었고 쉬고 싶으면 쉬어도 되었다. 그때 이후로 나도 모르게 책을 가지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고, 시간이 남으면 도서관에 가는 경우도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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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유튜브 채널 "너 진짜 똑똑하다"

유튜브 채널 '너 진짜 똑똑하다'에서는 책을 읽는 게 치트키를 쓰는 거라고 했다.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 몇 명이 뇌 바깥에 정보를 저장하는 획기적인 수단인 '글'을 개발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했다. 글이라는 수단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지 다른 사람의 능력치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잘 생각해보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우리가 고민했던 내용들이 알고 보니 우리의 윗 세대들도 똑같이 고민했던 내용이고, 책에는 전문가들의 각자의 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래서 마음이 답답하고 복잡해질 때면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향하곤 한다. 베스트셀러 칸에 가보기도 하고, 여러 장르 칸에 책 제목을 보며 끌리는 책을 무작정 읽어본다. 그러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을 얻곤 한다.


이처럼 '글'이란 또 '책'이란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작가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마치 농축액기스처럼 말이다. 작가들은 알겠지만 어떤 작가도 자기 쓴 글을 바로 세상에 공개하는 일은 없다. 교과서의 내용을 빌리지면 '계획하기 - 내용 생성하기 - 내용 조직하기 - 초고 쓰기 - 고쳐쓰기' 과정. 이 단계가 꼭 필요하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말했다.

"책 빨리 읽지 않아도 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야 해. 대신 작가가 왜 이런 글을 썼을지, 왜 이런 문장을 썼을지 하나씩 곱씹으며 읽어 보도록 하자. 책 읽기가 달라질 거야."

 누군가의 강요로 읽는 건 진짜 책 읽기가 아님을 알려줬고, 스스로 책 읽기의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다시 고등학교 수험생이 된다면 나 자신에게 조금 더 편히 책을 읽어보라고 할 것 같다. 국어가, 글이 단지 하나의 과목이 아닌 내 삶의 일부가 될 수 있게 말이다.


 앞으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국어 지도를 하고자 한다. 좋은 책을 읽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경험. 이는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높은 차원의 생각을 하도록 도울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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