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을 가끔 꾼다.
중 고등학교 중고등학교 시험을 위해 밤새 준비를 하는 꿈, 재수 학원에서 공부하는 꿈, 독서실에서 임용 시험 준비하는 꿈.
드라마 '블랙독'은 신규 교사의 내 모습뿐 아니라, 학생 때의 나 모습도 비치어주었다. 그리고 꽤나 잔인한 드라마였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소재는 없었지만, 그보다 더 한 현실적인 대사가 뇌리에 스쳤기 때문이다. 왜 '학교판 미생'이라고 하는지 알겠더라.
학교에서 처음 일하며 겪게 되는 상황들, 기간제 교사가 겪는 처우들,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 등 참 현실적이었다. 첫 발령 후에 일하며 겪었던 묘했던 상황과, 한 때 대학이 전부인 줄 알았던 학생 시절까지.
상위권 학생, 심화 동아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드라마 중 기간제 교사 면접 중 진학부장이 면접자에게 질문한 내용이다.
이에 면접자는 " … 하지만 학교도 살기 위해 그러는 거라면, 단순히 학교 탓만 할 수 있을까요."라고 답한다.
내 고등학교 시절만 봐도 상위 학생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독실'이 있었고, '심화 동아리' 또한 당연히 있었다. 당연한 줄 알았다. 공부를 잘하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고, 또 정독실에 들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내신 시험 전날에는 박카스를 마셔가면서 1~2시간 자고 시험공부를 했다. 시험에서 내가 실수로 어떤 내용을 틀리기라도 한다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서술형 문항 답안 때문에 선생님과 사이가 틀어진 적도 있다.
성적순으로 줄 세워 대학 가는 걸 막기 위해 입학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다고 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은 요양원에 가서 봉사 활동을 하고, 고3 수시 시즌에는 자기소개서를 끼고 살았다. 그때는 그런 줄만 알았다.
하지만, 18살 고등학생이 학교를 다니며, 내신, 수능, 봉사, 동아리, 진로 등 전부 준비해야 한다는 건 정말 가능한 걸까. 왜 대학에서는 이런 요구를 하는 걸까.
아침 7시에 학교에 등교하여 밤 10시가 되어 집에 돌아오곤 했다. 내게 집이란 휴식의 장소 보단 잠깐 거쳐가는 곳쯤이었던 거 같다. 씻고 누우면 다음 날 아침 다시 나가야만 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이 얽혀 대한민국의 교육열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20살도 되지 않은 학생들이 또래들과 무한정 경쟁하고 애태우며, 성적이 전부인 양 살아가는 게 바른 거라고 할 수 있을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채, 올바르게 성장해도 모자랄 나이에 이미 세상을 경험한 내 10대 인생이 불쌍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