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중 한 학생이 내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도 괴롭힘 당한 적 있으신가요?"
물론이지.
선생님도 괴롭힘으로 힘들 때가 있었어. 지금은 중학생 때의 일과 군대 때의 일이 떠오르는구나.
한 번은 장난이랍시고신체를 툭툭치고 가던 동급생 친구가 있었어. 웃으면서 때리고 다녔는데, 끝은 '장난이야'라는 말로 마무리 지어졌지. 그래서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딱히 대처할 수도 없었어.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기도 했고, 걔가 무섭기도 했었지. 어느 순간인가, 걔를 마주할 수 없어 학교에 가기 싫어졌어. 그때서야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게 폭력이구나' 하고 알게 되었어.
한 번은 정신적으로 괴롭히던 선임이 있었어. 교묘하게 작은잘못을 크게 만들어, 모든 문제가 나에게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었지. 처음에는 수긍했지만, 몇 개월간 그런 말이 지속되니 나중에는 모든 게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날 너무 힘들게 했어. 삶의 활력을 잃어 갔단다. 자존감이 한없이 깎여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지.
다시 일어나는 건, 참 힘들었어. 내 의지가 아닌 타인으로 짓밟힌 내 마음이 전처럼 잘 돌아가는 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거 같아. 매사에 소극적이게 되는 건 물론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생활을 이어 나가야 했던 순간들은 날 더 힘들게 했던 거 같아.
혼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했어. 고민 끝에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한 번 이야기해 보자로 결론이 났어. 학생 때는 절친한 친구에게, 그리고 군대에서는 믿을 수 있는 선임에게 이야기했지. 사실 그들이 딱히 크게 해결해 준 건 없었어. 다만,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고민을 경청해 주었지. 그들은 비슷한 경험이 있더라고. 그 자체만으로도 내겐 큰 힘이 되었지. 혼자가 아니고, 내 편이 생긴 거 같아 조금씩 힘을 낼 수 있었어.
다른 사람의 말에 속아 내가 힘든걸 힘들지 않다고 애써 날 괴롭힐 필요는 없는 거 같아. 왜냐하면 힘든 건 힘든 거니까. 또 내가 일어나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건, 스스로 힘들다고 인정하고 나서부터였던 거 같아.
우리는 운이 좀 안 좋았을 뿐이야. 마치 길 가다 개똥을 밟은 것처럼 말이야. 좋아해 줄 사람이 훨씬 많은데, 운이 나쁘게 날 싫어하는 사람을 만난 거지.
세상에 너를 미워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이라는 말도 있잖아. 어떤 모임에 가도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관심 없는 사람이 꼭 존재하지. 그러니까 너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건 너를 사랑했던 사람도 있었다는 거야. 진짜야, 잘 생각해 봐.
겁나겠지만 손을 내밀어보자.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을 거야. 믿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 꼭 이야기해 보고, 고민을 나눠보자. 친구든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누구든 말이야! 오히려 고민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할 수도 있어. 속마음을 말하는 건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거든.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 방법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