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수학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던 윤성이가 처음으로 80점을 맞게 되었다. 원하는 게임기를 얻기 위해 단원 평가 공부를 열심히 한 모양이었다. "아 아쉽다. 다 맞을 수 있었는데! 실수다."
마침 옆을 지나가던 우리 반 수학 1등 주영이가 그 말을 듣고 말았다. 수학 시험이면 항상 100점을 맞던 주영이었는데, 오늘은 85점을 맞게 되었다.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기뻐하는 윤성이의 말투를 보니 샘이 난 모양이었다. "실수는 무슨 실수야. 실력이지." 톡 쏘는 말투로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주영이에게는 고3인 오빠가 있는데,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늦게 집에 들어온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수능까지 얼마 남지 않아 집에서도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모양이었다.
'주영아, 그건..'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실수도 실력이라고. 오빠는 반에서 1등 하는데, 원하는 대학교를 가지 못할 거 같아 불안해해요.'
가정에서의 입시 환경이 주영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 모양이었다. 주영이를 생각해 보니, 시험지를 풀어도 항상 두세 번 푸는 모습이 보였고, 수업 시간에는 어려운 질문을 잘했고 집중을 잘했다.
하지만, 방과 후에 친구와 뛰어노는 모습을 잘 보지 못했고, 여러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11살. 이 나이에 이런 말을 하고, 공부만 해도 되는 걸까. 덜컥 겁이 났다.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내키지 않는 대답을 이어갔다.
"주영아, 아직 괜찮아. 너는 아직 초등학생이고, '대학'을 준비하는 오빠와 너는 다르단다. 충분히 실수해도 돼. 그리고 85점도 잘한 거야. 선생님이 네가 여태까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알고 있어. 그리고, 윤성이에게 그런 말을 하면, 열심히 준비한 윤성이가 속상하겠지? 앞으로 그러지 말자.'
모범적인 대답을 말하고, 자리에 앉았지만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대답을 잘해준 게 맞을까 계속 고민되었다.
수능, 재수 그리고 임용 준비까지 스스로를 그렇게 채찍질하며 모자란 잠도 줄여가며 공부했던 나였기에, 수험생 시절이 떠올랐다. 문제지를 풀고, 끊임없이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잘못 읽거나 번호를 잘못 체크해 틀린 문제는 맞기 위해 두 번 세 번 다시 읽고, 번호 표기 방법까지 바꿔가며 암기했다.
실수도 실력이라고 되새김질해 왔던 내가 과연 '실수는 실수일 뿐이야. 괜찮다'라고 이야기해도 괜찮았던 걸까. 죄책감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