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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교원 단체에 가입하기로 했다.

더 이상 가르칠 수 없을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by 새내기권선생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이 터지고 말았다.


"선생님!"

다급한 목소리로 뛰쳐 오는 우리 반 학생을 따라가 보니, 두 녀석이 주먹질을 하며 욕설을 뱉고 있었다. 그들은 날 봤지만, 곁눈질도 주지 않았고 친구에게 더 격렬하게 발길질을 해댔다.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참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소리치고 말았다.


"당장 그만 안 둬?"

평소에 해본 적도 없는 격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심장이 아주 가쁘게 뛰었다. 우리 반 학생들은 나만 바라보았고,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래도 두 학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싸움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간결한 말투로 답했다.

"쌤이 뭔데요?"


단, 다섯 글자였지만 정말 강렬했다. 그들에겐 나란 존재는 뭔지 모를 존재였다. 여러 감장이 밀려 들어왔다. '놀람', '분노', '창피함', '허탈감'. 하지만 결국 '두려움'이 나를 지배했다. 더 해봤자 내게 돌아올 수 있는 건 '아동 학대 교사'라는 평판일 거 같아서였다.


어떻게든 떼어 놓고 상담실로 불렀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상황을 기록했다. 정말 형식적으로 서로의 입장이 물었고, 내용을 받아 적을 뿐이었다. 반전 없이, 서로 사과하게 시켰으며, 어떻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어딘가 찜찜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건성으로 하는 대답과, 건조한 눈빛들.


갑자기 그런 생각을 떠올랐다. '여기서 이 친구가 화가 나서 내게 욕설을 퍼붓고 나간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이의 팔목을 붙잡을 수 있었을까 아니면 한 번 더 소리칠 수 있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했을까.


아무것도 못했을 거다. 결국 우리 반 학생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그들이 떠나가는 걸 멍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기력한 선생을 보며 다른 학생들 또한 절망을 가졌을 것이다. 나라에서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선생'이라는 명칭을 선사해 주었지만, 더 이상 가르칠 수 없을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카톡 알람이 울렸다. 지금 방영 중인 'PD 수첩'을 빨리 시청하라는 대학 친구들의 메시지였다. 아동 학대로 고소를 당한 교사들의 이야기였다. 교사의 말이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였고, 학부모님들로부터 고소당한 선생님들의 내용이었다. 검찰로부터 주기적으로 조사받는 선생님이 계셨고,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 선생님도 계셨다.


교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는 말이 있다. '교직 탈출은 지능순'이라고. 누가 이 봉급 가지고 이렇게 일하냐고 했다.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좋고, 함께하는 게 즐거워서 버텨왔다. 대학 시절, 임용 준비 시절을 생각하며 교실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의 이야기를 들으며 흔들려 간다. 또 주위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이제 내 이야기기가 되어가고 있다. 나 또한 그들처럼 되지 말라는 법 없으니까. 내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학교도 교육청도 내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난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점점 모든 게 두려워져만 갔다.



스승의 날, 우리 학교 여러 학생들이 내게 편지를 주며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편지를 열어보니, 내가 늘 따뜻해서 좋다고 했다. 교과 수업 활동이 즐겁고 기대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가끔 쓰여있는 '존경한다'라는 말은 어딘가 마음을 쓰리게 했다.


과연 내가 존경받는 스승이 맞을까. 예전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문제를 해결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마음을 가지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지도했다. 하지만 여태 내 모습은 어땠는가. 뭔가 잘못되어도 '어쩔 수 없는 거지. 알아서 잘 되겠지' 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가득했다.


내 말을 지키고 싶어졌다. 혼자 힘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지 모른다. 여럿의 마음을 대변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주는 곳이 필요했다. 교사들의 목소리를 내어 주기도 하고, 위기에 빠졌을 때 나를 도와줄 수도 있기도 한 곳.


친구들이 다들 가입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시큰둥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스승의 날, 교원 단체에 가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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