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힐링 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내기 권선생 Dec 12. 2023

진짜 위로를 하고 싶은 날

 돌아보자니 중고등 시절, 정말 치열했다. 하루 일정을 빡빡하게 세우고, 지워 가기가 일상의 전부였다. 참 엄격했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말자고 다짐했고, 시험 전날엔 밤새워 공부했다. 한 치의 실수를 스스로 용서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는 미처 몰랐다. 마음 속 아이는 서서히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는 이해받지도, 용서받지도 못했다. 실패와 낙오를 겪을 땐, 보살핌보단 철저히 외면받았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위로를 가장한 학대였지만, 아이는 알지 못했다. 낭떠러지가 코 앞이었지만, 충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응원이란 탈을 쓰고, 채찍질을 한 결과였다. 어느새, 아이는 어울리지 않는 아빠 정장을 입은 채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아이는 문제없이 출근하고, 일도 술술 잘 해내가는 거처럼 보였다. 동료들과 잘 지냈고, 어떤 문제도 없었다. 오히려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남들이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일어났다.


  하루는 길을 걷다, 돌 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일어설 수 없었다. 온몸이 딱딱해지는 거 같았고, 일어서려고만 하면 주지 않고 말았다. 자책하기 시작했다. ‘왜 내가 뛰었을까.’, ‘왜 내가 이 길을 선택했을까.’  하는 수  없는 상황임에도 ‘하는 수 없어’를 외칠 수 없었다.  


 아이는 그제야 깨 달았다. 세상엔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것과는 관계없이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인정했다. 스스로가 아직 어른이라기엔 너무 어리다는 사실을.


 무너짐에 익숙하지 않은 내면 아이를 모르는 채 하며 살고 싶지 않다. 그 아이에게 '괜찮아. 할 수 있어' 보단, '할 수 없어도 괜찮아' 고 진짜 위로를 해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 마디 보다 위로가 되는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