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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Dec 07. 2023

백 마디 보다 위로가 되는 말

 사석에서 밥을 먹으며,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말았다. 학교 일이 너무 힘들고 속상하다며 부장님께 말씀드리게 되었다. 내가 지원한 부서였지만, 상상 이상으로 행정 업무가 많았고, 수업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교사로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실 고민을 털어놓으면서도, 어떤 반응을 하실지 예상하고 있었다. 평소에 선을 지키시고 적당히 공감해 주시는 부장님이었기에, 적당히 안타까워하시고, 적당히 조언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적당하지 않았다.


"있잖아… 솔직히 말하자면 "

"나도 그래"


 항상 웃으시며 일하시는 부장님께서 내게 힘들다고 하셨다. 뭉클했다. 정말 짧은 문장이었지만,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나도 그렇다"라는 말이 어떤 위로보다 훨씬 강렬했다. 왜 난 당연히 부장님께선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부끄러워졌다. 솔직한 마음을 알려준 부장님이 애틋해졌다.


 타인의 아픔에 진심으로 슬퍼하고, 기쁨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란 어려운 법이다. 오죽하면 나의 기쁨은 슬픔을 나누지 말라고 할까. 기쁨은 질투가 되고, 슬픔은 약점이 된다고들 할까.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해 봤다. 난 과연 누군가 앞에서 내 가면을 벗고, 연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난 그릇이 큰 사람이 아니라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긴 어려울 거 같다. 하지만, '나도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되고 싶다. 이 한 마디가 어떤 백 마디보다 큰 위로가 된다는 걸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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