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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Oct 29. 2023

기쁨은 짧았고, 슬럼프는 길었다.

출판을 통해 알게 된 점

'출판'과 '글쓰기'는 달랐다. 출간을 위해선 '잘 팔리는' 내용으로 글을 써야 했다.


 출판 계약의 기쁨을 정점으로, 조급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목차와 키워드를 미리 생각해 두었지만, 완성해야 하는 글의 양이 짐이 되어 갔다. 그러고 스스로 채찍질하며 힘겹게 써 내려가는 나를 발견했다. 그저 오늘과 내일 써야 할 양을 확인하고, 제출 기한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떤 글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은 '자본주의'에선 철저히 무너질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사실 당연했다. 출판사란 출판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독자들이 읽고 싶고, 또 사고 싶은 책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끝없는 단어, 문장, 글 통째로의 수정을 거쳐야만 했고, 그렇게 책이 완성되었다.


 책의 완성은 내게 이루어 말할 수 없는 큰 뿌듯함을 주었다. 실물로 된 책을 받았을 때, '해냈구나' 하는 성취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과 동시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아 졌다. 이루었다는 생각에 '글'을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쓰고 싶지도 않아 졌다. 무엇보다 내 책을 찾아서 읽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유명 작가가 아니기에 팬층이 없었고, 투고로 선정된 책이 아니라 홍보도 지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탈감이 밀려왔다. 내 노력에 대해 너무 기대한 탓이겠지 하면서도, 어딘가 답답함이 밀려들어 왔다.


 내 인생은 원점이었다. 아니, 오히려 글 쓰기가 부담스러워지고 있으니 후진하고 있다는 말이 더 맞았다. 스스로 유명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착각해서 그런 걸까. 결국 내 브런치는 방치되고 말았다. 그렇게 슬럼프가 불쑥 찾아왔다.


 그러고 약 1년의 시간이 흘렀다.


  문득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무 동기 없이. 그리고 처음 글을 쓰고 싶어 졌던 순간이 떠 올랐다. 혼자 책상에 앉아 글을 끄적이고, 스스로 치유받았던 때가. 또 그 글을 공유하고 싶어 브런치 작가에 신청했을 때의 기억도 떠 올랐다.


그리고 결심했다. 하나를 위해 모든 걸 걸진 말자고. 노력했던 시간만큼 원래의 나로 돌아오는 데 큰 시간이 걸리는 거 같다. 또  기대도 걸지 말자. 기대만큼 실망감도 큰 법이다. 긍정적인 반응과 관심이 많다면 좋겠지만, 아니면 또 어떠한가.


 이제는 하루 중 15분간 글 쓰기를 하기로 했다. 투박하고 수수한 단어와 문장일지라도, 내 하루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애초에 글쓰기를 시작한 유도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해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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