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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Sep 08. 2023

20대 남자, 필라테스 첫 도전기

 내 깊은 마음속에는 '필라테스'를 여자의 운동이라고 생각해 온 거 같다. 대부분 전단지에서는 여성 코치님의 다리를 길게 뻗고 있는 사진이 많았고, 내 주위를 둘러봐도 필라테스를 다닌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가 여자였기 때문이다.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선택지에서 제일 먼저 삭제되는 이유였다.


 하지만 편견이 박살 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 '필라테스'가 남자 운동가의 이름이었고, 그가 건강 재활을 위해 이 운동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여성들을 위한 운동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며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


 필라테스는 전 연령을 대상으로 '근력'을 향상시키고, '유연성'을 길러주는 운동이었다. 필라테스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평소의 잘못된 자세를 교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몸도 가볍게 하고 싶었던 터라 필라테스를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내 첫 필라테스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필라테스를 하며 놀라웠던 점들을 꽤나 많이 발견했다. 첫째, '운동 강도'이다. 필라테스란 헬스처럼 강한 무게로 몸에 자극을 여러 번 주는 운동은 거의 없었지만, 필라테스 기구로 균형을 잡는 동작이 많았다. 덕분에 고통이(?) 상상을 초월했고, 땀을 뻘뻘 흘리고 지친 기색이 역력한 내 모습을 거울로 쉽게 볼 수 있었다.


 둘째는 '남자 회원수'였다. 생각보다 남자 회원이 정말 많았는데, 5:1 그룹 강의 중 절반 이상이 남자 회원이었던 경우도 종종 있었다. 가뜩이면 '남자도 이렇게 필라테스를 많이 하고 있는데, 다들 이야기를 안 하고 있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 남동료들에게 '필밍아웃(?)'을 조금씩 해볼까 생각 중이다.


 셋째는 심신안정효과가 정말 뛰어났다. 호흡을 하며 진짜 나를 찾아가고 있었다. 마시는 숨에 준비하고, 내쉬며 동작을 했다. 묵혀두었던 긴장이 풀리고, 마음 가짐이 정돈되었다. 굽었던 등이 조금씩 펴지고, 자세가 점점 바르게 형성됨을 느꼈다. 날숨과 들숨을 반복하며, 동작을 하니 제법 상쾌한 기분이었다.


 넷째, 마지막으로 놀라왔던 건(사실 제일 놀라웠던 점이다.) 내 키(신장)가 0.7cm 정도가 큰 게 아닌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굳었던 척추가 바르게 펴지고, 잘못되었던 평소의 습관들이 조금씩 교정되면서 나온 결과로 보인다. 신체가 바르게 되고 있다는 걸 눈으로 목격하니, 이 운동 참 좋은 운동이구나 싶었다.



 예상치도 못했던 도전으로 시작된 운동이었지만, '필라테스'는 내 삶에 제법 큰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아팠던 허리가 조금씩 회복되었고, 운동 후에 주는 상쾌함 덕에 다음 필라테스 수업이 기다려지기도 했다. 세상에는 '여자 운동', '남자 운동'이란 존재하지 않는데, 편견에 사로잡혀 도전을 포기했던 과거의 시간들이 부끄러워졌다.


 내 마음속에 눌러 두었던 무언가를 시도하는 건 제법 가치 있는 일인 거 같다. 예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부족해 못한 걸 한 번의 시작이라도 한다면 몰랐던 큰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게는 '필라테스'였지만, 사실 그 무엇도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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