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내기 권선생 Dec 10. 2022

승진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싶은데요

 관련 을 가지고 온 책 읽기 수업을 무리했다. 


"책을 읽으며 여러분은 어떤 사실을 알게 되었나요?"

"역사적으로 많은 차별이 존재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신분, 인종, 성 차별 같이 여러 차별이 있었다는  처음 알았어요."


"맞습니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차별에 대해 공부했으니, 우리가 차별하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요?"

"차별받을 때, 그건 차별이라고 알려주고 싶어요. 사실 저희 할머니도, 여동생 몰래 제게 맛있는 걸 챙겨주실 때가 있었거든요."

"저는 사실 축구를 좋아하는데, 여자라고 축구를 못하게 한 어른이 있었어요."

"저는 십자수를 좋아하는데, 남자가 왜 그러냐고 했어요."


독서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자기가 받은 '차별'에 대해 되돌아보고, 여태 받은 차별에 대해 쏟아냈다.

10살 꼬마들이 어릴 때부터, 받아 왔던 차별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어찌나 할 말이 많아 보이'진작 알려줄 걸' 하고 후회했다.


"맞아요. 별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반복하지 않으면 사회는 변할 거예요."


퇴근 후, 오랜만에 교사 카페에 들어가 봤다. 그중 첫 번째 인기 글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30대 후반 남교사입니다. 요즘 고민이 많네요."


30대를 코 앞에 두고 있는 나에 참 궁금한 제목이었다.


"주변 또래들은 결혼도 하고, 승진도 준비하며 사는데, 그들을 보며 사실 비교가 됩니다. 저는 딱히 이룬 것도 없고, 승진 생각도 없습니다. 또 결혼을 꼭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차라리 연애하며, 지금처럼 꾸준히 행복하게 살고 싶네요. 그런데 부모님이나 주변의 압박이 들어와서, 여러모로 걱정많은 연말입니다."


왠지 나도 그때가 되어 비슷한 고민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묘하게 공감되는 글이었다. 어떤 댓글이 달있을까? 참 궁금해 얼른 스크롤을 내렸다.


하지만, 글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압박'이 무엇인지를 댓글로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남교사이시면 더 고민되겠어요.. 40대 중, 남교사가 결혼 안 하고 있으면 조금 이상하게 보는 건 사실인 거 같아요.. 승진이라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또 주위에서도 인연을 한 번 찾아보세요. 선생님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ㅜㅜ"


결국 결혼도 하고, 승진도 하라는 이야기였는데, 공감을 가장한 차별적인 조언이었다.


다른 댓글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어떤 일이 있었냐고 묻는 댓글도 있었고, 심지어  몸무게를 묻는 댓글도 있었다.


차별로 가득한 그들의 댓글에 충격받은 채, 멍하니 대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공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다른 분의 댓글이 눈에 띄었다.


"그건 자유 아닌가요? 선생님이 지금 행복하시면, 지금처럼 꾸준히 행복하시면 됩니다"


차별이라는 건 우리 곁에 정말 뿌리 깊숙 내려져 있다. 그래서 리는, 그들은 이게 차별인지 인지하지 못 때가 많다. 차별할 때도, 차별받을 때 조차도 말이다. 


댓글들을 보며, 부끄럽게도 나는 특별한 말을 하지 못했다.

차별받을 때, 아이들은 차별이라고 말하겠다는데 말이다.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때 뭔가 조금은 더 달라져 있지 않을까' 고 희망을 걸어본다.


아이들과 함께 읽은 온책읽기 책 / "모두가 존중받는 차별없는 세상", 저자 : 황현우, 그림 : 임영제
이전 05화 '보이스톡 부재중'이 이어준 인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