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곱씹을수록 화나는,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화낼 수 없는 그런 일들을 많이 생긴다. 이런 무례한 말들은 '장난' 또는 '나를 위해주는 말'인 것처럼 둔갑한 채 나타난다. 보통 대화를 잘 이어가다 뒤통수를 때리듯 갑자 다가오기 때문에 대처하기란 쉽지 않은 거 같다.
평소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끔은 존경스럽기까지도 한 부장님이 전화로 여러 대외 활동을 추천해 주셨다. "이번에 소프트웨어, 영상 제작 이런 공문들이 내려왔어. 네가 하면 딱 좋을 거 같아. 그리고 아 참! 전에 내가 말했던 교사 연구회 가입은 생각해 봤어?"
부장님이 알려준 '연구회'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활동을 하는 단체였고, 정말로 가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올해 새 학교로 발령 나기도 했고, 이번에 첫업무를 많이 하게 되어 적응하기에도 많은 힘들었다.다음을 기약하자고 다짐했다. "아.. 부장님, 저도 고민 많이 해봤는데요. 요즘 시간이 좀 많이 안 나네요.. 연구회는 다음에 가입해야 할 거 같아요."
하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태연한 대답이 돌아왔다."응? 시간이 없다고? 너 하는 거 없잖아? 뭐가 바쁜데?지금같이 열정 넘칠 때, 해야 해!""그리고, 너는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없잖아."
어퍼컷을 몇 대나 맞았는지, 정신이 몽롱했다.10초안 되는대화로 나는 '열정 넘치지만, 바쁜 척 핑계 대는 교사'가 되어 있었다. 부장님은 정말 결혼하고 애가 있는 사람만 바쁘고 그 외의 사람은 한가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왜 나에게 이런 말을 하신 걸까. 대화를 끝내고 사색에 잠긴 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부장님 저는 3월은 매일 같이 초과 근무해서 오늘도 남아서 학교 업무할 예정이고요. 그리고 수업 시수 23시간으로 담임이랑 비슷한데, 올해 처음 맡는 영어에다 체육과목이라 너무 부담돼요.요즘에는 다들 어찌나 결혼하시는지, 친구 만날 시간도 부족하네요.'라고도 대답할 수 있었는데 하고 후회해 봤다.
"쌤~ 주말에 뭐 해?"
"보통 그냥 집에서 그냥 쉬어요."
"집에서 뭐 하고 쉬는데?"
"그냥 티비 보고, 그냥 휴대폰 보고 그렇습니다."
"심심하겠다.. 재미없게 혼자 뭐 하는 거야. 우리는 가끔 거제 가서 다슬기 캐고, 자전거 타고 그래."
"아, 네.."
이번에도 '부장님, 저는 I여서, 혼자 있을 때가 제일 좋아요.' 하고 맞받아칠 걸 후회했다. 올해 처음 맡는 '영어', '체육' 과목에 주 23시 수업을 하고, 늦게까지 학교 업무를 하고 나면 번 아웃이다.평일 저녁에도 딱히 뭔가 할 힘이 나지 않을뿐더러, 주말에도 쉬고 싶을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