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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불합격

과정을 기록하며

by 새내기권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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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되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지만 사실 현실에서 이 문구는 따스함보다는 공허함에 가까웠다. '불합격'이라는 냉정한 문구를 마주하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내려앉는 듯한 실망감이 밀려왔다. 결국 해내지 못했다는 좌절감, 그리고 내년에도 지원할지, 다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자존감을 갉아먹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유독 합격 소식만 가득하다. SNS 피드에는 합격 인증글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반면 불합격 소식을 알리는 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금 인스타그램을 기준으로 합격 해시태그는 수십만 개에 달하지만, 불합격 해시태그는 단 몇천 개에 불과하다. 이상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분명 합격은 소수이고, 불합격이 다수일 텐데 말이다.

사람들은 불합격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것이 비난이나 동정의 대상이 되기 쉬우며, 때로는 타인에게 자신의 약점으로 비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축하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니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면 불합격한 자는 그저 실패자이며, 이 소식을 꽁꽁 감추어야만 하는 걸까. 나는 그런 현실에 의문을 던지고 싶었다.


나는 이 불합격을 기록하고 드러내고 싶었다. 비록 결과는 실패일지라도, 그 과정 안의 최선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 교육청에서 아주 적은 인원을 선발하는, 그 좁은 문을 향해 걸었던 나의 노력을 꺼내 보이고 싶었다. 퇴근 후 매일 1~2시간씩 스터디카페 속 불빛 아래 책을 붙잡았던 시간들, 주말 아침 이른 시간 도서관 자리를 맡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던 그날들을 나는 선명하게 기억한다. 남들은 여유와 휴식을 즐길 때, 나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나의 그 모든 시간은 수포로 돌아간 실패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후회는 없다. 시험 당일, 내가 가진 모든 지식과 에너지를 온 힘을 다해 쏟아부었음을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단지 어떤 아쉬움은 남아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글로써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인력(人事)을 다했기에, 이 불합격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우리가 삶에서 무언가를 이룰 때, 중요한 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정신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눈앞의 과정에 최선을 다하는 몰입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것이다. 비록 결과는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지만, 나의 과정은 훌륭했고, 나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다.

이 불합격 기록으로 어떤 간절함으로 도전했지만, 결과 앞에서 흔들린 수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우린 정말 열심히 했으니까. 노력했던 과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자양분이 되어 훗날 더 큰 나를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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