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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Jun 28. 2023

타인의 욕망이 내 것은 아니기에

진짜 여행을 찾아서

  남들이 해야 하는 건 꼭 해야만 했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이 갖고 있는 건 꼭 가져야 했고, 다들 가봤다 하는 곳은 꼭 가봐야 했다. 


  습관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대학생이 되니, 다들 해외여행을 간다고 했다. 누구는 일본을 봤다 했고, 이번 방학에 대만을 간다고 했다. 또 누구는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해외여행을  가본 건 아니지만, 괜히 가야 될 거 같은 느낌에 휩싸였다. 아니나 다를까 휴대폰을 켜고 해외 여행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유럽 최소 몇 백은 잡아야 다. 잔고를 들여다보니, 내게 주어진 건 고작 바비로 번 몇십 뿐이었다다.


  기껏 해봐야 일본 밖에 갈 수 없다는 현실에 절망했다, 그때, '띵똥' 알림이 울렸다. 항공권 특가 관련 알림이었다. 후엔 폭풍이 지나가고 말았다. 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내 손가락이 항공권 결제를 누른 후였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시간과 금액만 보고 1인 항공권을 예약하고 말았다.


  혼자 캄보디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같이 갈 친구를 구하려 다했지만, 다들 일정이 맞지 않았다. 또한 나중에 다시 들어가 보니 항공권 가격이 3배 이상 올라, 비싼 가격에 다선뜻 가겠다고 하지 . 


 고 도중 떠올랐다. '그래. 혼자 여행 한 번 다녀보지 뭐. 다들 혼자 여행 한 번씩은 하잖아?' 하며 정신 승리를 있었다. 하지만, 이성과는 다르게 속마음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길을 못 찾으면 어쩌지'. '이상한 사람이 내게 위협하며 돈을 요구하면 어쩌지'. '여권을 갑자기 잃어버리면 어쩌지' 걱정으로 가득 찼다.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예약했던 툭툭 기사님이 날 기다리고 계셨고,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상상했던 위험 상황은 전혀 없었고, 순조로웠다. 기사님과 친해질 수 있었고, 관광지를 가던 중 혼자 온 한국인을 만나 친해지기도 했다. 일정이 겹치는 날에는 함께 다니기도 했고, 우연히 그 형의 지인들을 만나 함께 놀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걱정했던 문제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지고 말았다. 


 앙코르와트의 신비로움과 웅장함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을 찍으며, 모든 걸 담고자 했다. 앙코르와트의 전경과 내가 나오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 셀카 모드로 휴대폰을 밀어보았다. 아무리 내밀어도 앙코르와트와 내 모습이 함께 담기지 않았다.


  고민하다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부탁을 드렸다. "can you take picture for me?' 타지에서 다른 나라 언어로 낯선 사람에게 내 사진을 찍어 달라 하니 묘했다. 그 순간 옆을 돌아보니, 화목하게 웃고 있는 가족들이 보였고, 어깨동무를 하며 브이를 하고 있는 친구끼리 온 여행자들이 보였다.  깊은 곳에서 무언가 끓어올랐다.


부러움 그리고 외로움이었다. 외로움에는 쓸쓸함이 더해져, 날 더 처량하게 만들었다. 좋은 점만 찾으려고 했던 내 마음이, 그때야 폭발하고 말았다. 내가 지금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허탈감밀려 들어왔다. 들만큼 하고 싶었던 내 욕망은 날 갉아먹고 있었다. 결국 여행의 욕망은 내 욕망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후 몇 년이 지났을까. 난 대학교를 졸업했고, 직장인이 되었다. 여러 무에 치여 힐링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고 말았다.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딱히 관광을 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도시를 떠나고 싶었고 그저 조용한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숙소에 도착한 후, 근처를 걷기 시작했다. 딱히 목적지는 없었다. 강가를 걸으며, 꽃들을 보고 벌레 소리를 들었다. 밥을 해 먹고, 후식으로 수박을 먹었다. 근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고, 보드게임으로 설거지 내기를 했다. 밤이 된 후 우리는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든 순간이 좋았다. 해야 할 것들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다는 건 참 행복했다. 내가 바랐던 여행이란 이런 것이었을까.


 옆반 선생님께서 이번 여름 방학 때, 유럽 여행을 간다고 하시며, 내게 이번에 어디 가냐고 물어. 연수를 받아야 한다고 하니, 그래도 며칠이라도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게 어떠겠냐고 하셨다. 그저 웃으며, 넘어가려 했지만, 내 마음을 전혀 모르시는 눈치다. 굳어진 표정에, 솔직한 내 마음을 전달했다. "그렇게까지 여행은 다니고 싶지 않아서요."


 이제 타인의 이야기에 흔들리고 싶다. 여행의 의미와 목적이 각기 . 무엇보다 타인의 욕망이, 곧 내 것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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