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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Sep 04. 2023

마스크걸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넷플릭스 글로버 비영어권 1위'를 달성했지만,

  한 모임에서 좋아하는 가수를 묻기에, 가수 'A'라고 대답한 적 있다. 다채로운 음색과 힘 있는 목소리가 참 좋았다. 무엇보다 그는 무대에서 더 빛 났는데, 자신감 있는 그의 모습에 한 번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내 짧은 대답을 듣고, 약 3초 정도의 정적이 흘렀다. 그러자 '조금은 예상했던, 하지만 듣고 싶지는 않았던 그 말'이 입에서 툭 튀어나왔다.


 "못생겼잖아."


  그 한 마디에 초토화되었다. 다들 못생겼다는 의견에 동감했고, 가수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실력에 대한 이야기는 둘째였고, 외모 이야기로 대화가 채워졌다. 나를 비난한 건 아니지만, 얼굴이 붉어졌다. 가수 A가 주변으로부터,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얼마나 그런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을까 하는 생각에 미어져왔다.



 '외모 평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덕에, 그 죄책감 또한 희미해지는 거 같다. 사회적 기준의 미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충고'로 둔갑하여 비난을 퍼붓는다. 반대의 경우라면 '칭찬'으로 위장하여 평가를 서슴지 않는다.


  마스크걸 속 주인공인 '김모미'와 '주오남'은 사회에서 생각하는 미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때문에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사랑받지 못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아싸의 삶을 이어나간다. 그들의 능력과 관계없이 꾸중을 듣고 비난받기도 한다.


  현실 속에서도 이는 그대로 반영되는데, '블라인드 취업', '취업 성형'이라는 말로 대표된다. 언뜻 보기에 정 반대의 의미로 보이는 이 단어는 '취업할 때 외모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전제로 하기에 사실은 동일한 맥락에 있다.


  마스크 걸 속 모미의 회사 동료는 칭찬인 양 여직원에게 '여자가 타 주는 커피가 역시 맛있다'라고 말한다. 모미는 온라인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많은 사랑을 받는다. 또한 그녀는 사건 후 성형 수술을 하며 또 다른 삶을 이어나간다. 대중의 미의 기준에 최대한 부합하고 싶은 소망을 가진 채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은 주간 740만 뷰와 5,080만 시청 시간(8월 21일~27일)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 부문(비영어) 1위에 올랐다. (출처 : 8월 30일 오전 넷플릭스 TOP 10 공식 웹사이트 집계)


 사실 '외모'를 주제로 다룬 콘텐츠는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웹툰 '여신강림', '외모 지상주의',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만 봐도 그렇다. 이는 대중의 관심사가 웹툰의 내용과 일치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중이 이에 열광하는 이유를 단순히 재미라고 볼 수 있을까. 아닐 거다.


 마스크걸이 세계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한국 콘텐츠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진짜 주목해야 할 점은 '외모중심주의'에 질린 세계 사람들의 자조적인 아우성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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