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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Jun 15. 2023

'보이스톡 부재중'이 이어준 인연

17년 만의 뜻밖의 만남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지도 벌써 5년. 초교 은사님 소식이 궁금했다. '스승 찾기' 홈페이지에 접속 후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지작 거렸다. 그런데 걸! 초6 담임 선생님께서 우리 집 인근 OO초에서 근무하고 계신 게 아닌가! 게다가 그 학교는 절친한 친구 J가 근무 중인 이기도 했다. 굉장히 반가웠지만, 제는 학교 대표 번호로 걸 용기는 없다는 것이다. 그음으로 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절친 J와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어쩌다 초6 은사님이 OO초에서 근무 중이라는 말게 되었다. 친구는 깜짝 놀라며, 다음에 밥 한 끼 먹자고 했다. 하지만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했다.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지으며, 다른 주제로 를 넘겼다. 17년이 지나기도 했고, 선생님께서 날 모르시지 않을까 하는 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다음 날,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카톡이 왔다. '권! 범! 석! 잘 지내는가? 반갑다. 얼굴 한 번 보자!'. 담임 선생님의 메시지였다. 메시지는 읽었지만, 한동안 답을 못했다. 반가웠지만, 부끄러움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일이 바빠 연락을 못했다는 거리로 대화를 시작했다. 태연한 척 이어나갔지만, 뭔가 모를 죄송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우리의 대화의 끝은 '시간 날 때 밥 한 끼 먹자'로 마무리되었다. 잘 수습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덧 또 시간이 흘러버려, 2023년 5월이 되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려 했고, 선생님이 잘 지내시는지 궁금해 카톡 프로필 사진을 열어봤다. 온화하게 웃고 계신 선생님을 보며, 시간 참 빠르다 생각했다. 언제 선생님 얼굴에 이렇게 주름이 생겼지 하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연락드려 볼까 고민하다 또다시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그런데 아뿔싸! 보이스톡 버튼으로 잘못 누르고 말았다. 소를 재빨리 눌렀지만, '보이스톡 부재중'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얼른 카톡 문장을 이어나갔다.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죠? 생각나서 연락드려요. 요즘도 OO초에 계시나요? J와 한 번 밥 한 끼 해요." 이 정도면 잘 대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할 때쯤, 선생님으로부터 답장바로 왔다. "좋지! 언제 볼래?". 언제 볼 지 기약할 수 없었던 우리의 만남이, 단 10분 만에 약속 시간과 장소까지 정고 말았다.


 영도의 풍경은 우리의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새하얀 하늘과 파란 바다, 그리고 갈매기 떼의 평화로움은 복잡했던 마음속 안개를 조금씩 걷어 갔다. 무엇보다 우리가 시킨 꼬막은 약 20년 전 다대포와 교실을 추억하기에 충분했다. 선생님을 나를 보시더니, 번쩍 일어나셔서 환한 웃음을 지으셨다. 먼저 손을 건네어 주시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잘 지냈지?"


 제자이자 직장 동료로의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기도 했지만, 뭔가 오묘하기도 했다. 우리의 대화는 과거와 현재의 교실을 드나들었다. 약 20년 전의 수업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 현재의 수업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당시 수학여행과 재밌었던 사건들에 대해 말하다가도, 현재 맡은 각자의  유쾌한 학생들 이야기로 전환되었다. 결정적으로 내가 이제는 교사가 되어, 떨어지고 있는 교권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선생님 운동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셨다. 탁구, 자전거, 배구, 골프 등. 전 학교 수업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17년 전 선생님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직접 신발과 양말을 벗고 씨름 기술에 대해 알려주시고 시범을 보이셨다. 우리는 선생님의 열정에 뒤질세라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설명에 집중했다. 한 명씩 나와 씨름 대결을 했다. 엎치락뒤치락하기도 했지만, 넘어질 거 같은 학생이 기술을 걸어 이기기도 했고, 단숨에 이길 거 같은 학생이 몇 초만에 뒤집히기도 했다. 약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와 비슷했던 친구의 샅바를 쥐어가며 경기했던 그날이 떠올랐다.


  6학년 4반 학생들이 보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시는 선생님을 보니, 마음 한 켠이 려왔. 동창들에게 한 번 연락해 줄 수 있겠냐고 하셨다. 선생님은 대화하던 내내 이 순간이 너무 좋고, 고맙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 주셨다. 왜 여태 내가 선생님과의 연락을 피해왔을까. 또다시 부끄러워졌다.  


  4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의 아쉬움을 푸는 데는 조금 부족했다.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뜨거운 만남을 끝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다시 게 악수를 건네시며  한번  고맙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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