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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Sep 24. 2023

차마 전부 읽지 못하고 창을 끄고 말았다

위태로운 연예인들

  솔직히 난 연예인이 무척 부러웠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즐겁게 일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릴 적, 예능을 참 좋아해서 오후 4~5시만 되면 무조건 TV를 켜고 'X맨',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를 시청했다. 동료들과 함께 놀러 가서 게임하고, 토크하는 그 모든 과정이 즐겁게 보였다. 심지어 소문으로, 돈도 많이 준단다. '세상에 이런 직업이 있다고?'  연예인에 대해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학생 때, 난 이 꿈에 꽤나 진심이었던 거 같다. 연예인이 되는 루트를 스스로 분석해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TV 속 연예인을 정리해 보니, '개그맨', '가수', '배우', '아나운서'로 대충 요약되었고 내가 어떤 게 잘 어울릴지 고민했다. 개그엔 재능이 없다고 판단되어 바로 탈락시키고, 발음도 딱히 좋은 거 같지 않아 아나운서 또한 후보에서 제쳤다. 그럼 '가수나 배우를 해야 하나?' 하고 누구에게는 말 못 하고 혼자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루는 갑자기 열정이 생겨 관련 전공도 알아보고, 소속사 오디션 일정까지 검색해 볼 정도였으니 꽤 진심인 편이었다.


  하지만 환상이 깨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예인'을 떠올렸을 때, '동경' 보다 '동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때는 좋아하는 아이돌 관련 기사를 클릭할 때였다. 그녀는 영화를 찍었고, 기사는 영화와 관련하여 해당 가수와 인터뷰를 한 내용이었다. 영화가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했으며, 영화 속에서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거 같아 응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 스크롤을 내렸지만, 차마 전부 읽지 못하고 창을 끄고 말았다. 댓글창에는 비난으로 가득 차있었다. 응원하는 글도 분명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수를 욕하고 있었다. 아이돌이 무슨 연기냐는 말부터 외모에 대한 평가까지. 그들은 익명의 힘으로 연예인을 철저히 짓밟고,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 외의 다른 연예 뉴스를 봐도 댓글 창에는 대부분 칭찬보단 불평과 조롱으로 연예인을 공격하고 있었다.


  심지어 패륜적인 욕이 인기 댓글이 되기도 했는데, 공감만 많이 받을 수 있다면 어떤 모욕적인 말도 정당화되었다. 그들이 지적하는 건, '외모'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고 '성격, 태도'가 많았다. 외모는 '너무 뚱뚱하다.' , '코만 고치면 좋을 텐데' 등 충고를 가장한 비난이 많았고, '공인'의 잣대를 들이대어 그들의 성격과 태도를 비판했다.  또 근거 없는 소문(루머)이 그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는 '카더라' 이야기는 사실인 양 꼬리표처럼 그들을 따라다녔다.


 그들의 댓글에 따르면 연예인이란 잘생기고, 예쁘고, 몸이 좋아야 하며, 인성도 좋고, 연애를 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캐리지 안에 갇힌 동물으로만 그들을 보고 있었다. 예쁘게 잘 조련하고, 키우는 게 그들에겐 전부였다. 잘 키우다 예쁘지 않으면 눈길도 주지 않았으며, 자유도 허락하지 않으며 대중이 하라는 대로만 해야만 했었다.


 내게 제일 컸던 건 몇 년 전 '프로듀스 101'이 처음으로 나왔을 때이다. 상당히 충격받았던 기억이 아직 나는데, 모두가 같은 옷을 입고 Pick Me를 부르는 모습은 그들을 인형 그 이상 그 이하로도 아니게 했다. 또한 서사를 넣어, 국민 투표로 직접 가수를 만드는 스토리를 꾸렸지만, 방송국 PD와 소속사는 해당 결과를 조작했다. 상처받는 건 오디션 참가자들과 몰입한 시청자들 몫이었다.


 연예인을 보며 꿈이 생겼지만, 연예인을 보며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연예인을 볼 때, 부러움보다 안쓰러움이 더 커져간다.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하지만, 그들을 보며 어떻게 동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설령 그만한 돈이 있더라도, 기댈 곳 없지 않을까. 그들도 대한민국의 한 인간일 뿐이지 않는가. 그들에게 뭇매질 보단 응원과 격려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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