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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Mar 14. 2023

카톡 생일 기능을 끄기로 했다

고등학생 때였다. 한 반의 시끌벅적 대는 소리가 복도까지 들려왔다.


'오~ 오늘 재헌 생일이래!'

'야, 인마! 생일 축하한다!'


장난 섞인 말투로 몸을 부대끼며, 격정적으로 친구들이 생일 축하를 해줬다. 


생일인 친구가 부러웠다. 그리고 그들의 우정이 부러웠다.


 생일이 1월이었기에 우들에게 생일 축하를 제대로 받은 적 없었. '내 생일' 떠올리자니 단지 마, 아빠, 동 삼삼오오 작은 케이크 하나로, 초를 켜는 게 전부였다. 속상했다. 방학에 내 생일이 있었기에, 친한 친구들마저도 생일을 잊곤 다. 학하고 "방학 중에 왜 내 생일 때 연락 안 했어?" 하묻자쪼잔했고, 무엇보다 러기엔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대학생쯤이었을까. '카톡 생일' 기능이 생긴다고 했다. 카톡이 드디어 일 냈구나 싶었다여태 받지 못했던 축하를 받을 수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카톡 생일' 기능은 나날이 발전했는데, 프로필 사진에 귀여운 꼬깔콘을 씌어주는가 하면, 나중엔 하루 동안 생일인 친구들을 한 번에 모아보는 기능도 생겼다.


 그 이후부터였을까? 생일 친구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그렇게 친하지는 않지만, 모르는 척하기에는 민망한,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실낱같은 추억을 억지로 끄집어내며 식상한 축하 멘 함께.


 기다리던 내 생일이 . 여러 생일 축하 카톡과 함께 많은 기프티콘을 받았고 화장품, 먹거 등 많은 선물이 집으로 도착했다. 그런데 하게도 어딘가 찝찝했고 의문이 생겼다. 


'걔는 왜 안 오지?'


 친하지도 않은, 하지만 내가 챙겨줬던 친구들선물을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생일이 지나고 나서 미안하다며 연락 오는 친구도 있었지만, 안 오는 친구가 더 많았다. 이제는 '방학이어서 몰랐겠지' 하는 희망을 꿀 수도 없었따. 섭섭함을 감당해야 하는 건 오로지 내 몫이었다.


 몇 년쯤 흘렀을까. 문득 생일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건가 싶었다. 선물을 수거하고, 있어야 할 선물이 없으면 찝찝해야 하는, 그런 날. 내 생일을 위해 공들여 탑을 지었으니, 또 네게 선물을 줬으니, 선물을 받는 게 당연해야 했다. 서로 비슷한 금액과 비슷한 멘트는 덤이다.


카톡 생일 기능을 한 번 꺼보기로 했다.


 절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고, 다른 친구들의 생일 알림은 선택적으로 무시했다. 카톡을 켜면  친구들이 항상 새롭게 등장했지만, 석연치 않고 스크롤을 내렸다.


그렇게 또 다시 내 생일이 왔다. 프로필에는 생일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되지 않았다. 당연히 어딘가 허전했지만, 영혼 없는 답장과 선물을 굳이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진심으로 아끼는 친구들은 문자나 전화가 왔다. 무엇보다 그들의 문자나 목소리가 더 진심어리게 다가 왔다. 참 고마웠다.


결국, 내가 여태 받고 싶었던 타인의 관심은 날 구속했고, 더 상처받게 했다.


살면서 모든 사람 어떻게 다 신경 쓰고 살겠는가. 이 짧은 인생 소중한 사람들 만큼이라도 잘 챙기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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