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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Aug 06. 2024

산산조각 부서진 그다음

「가장 보통의 차별」을 읽고

 「가장 보통의 차별」이라는 책 제목 속 ‘차별’이라는 단어에 불편함과 동시에 이상한 끌림을 느꼈다. ‘그래도 교사인데…’라는 설명하기 힘든 직업 속 고질병 때문일 수 있고, 바르게 살고 싶어 하는 얄팍한 내 신념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가장 보통의’라는 문구는 교실 속 학생들에게 나름 무난하게 잘 대처해오고 있다는 내 자존심에 경종을 울리는 것만 같았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한 장씩 넘기게 되었다.


  책 속에는 취재 활동을 하며 글쓴이가 목격한 수많은 차별, 그리고 혐오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2024년 현시대에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사례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 대상만 해도 여성부터 어린이, 노인, 장애인, 노동자, 노숙인, 성소수자, 외국인, 난민, 그리고 채식주의자까지 정말 다양했다. 사실 이렇게나 많은 차별이 현재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게 맞나 싶었지만, 책을 읽다 알게 된 사실은 그저 이 현실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전부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노키즈존(No Kids Zone)’에 대한 의견은 현재도 분분하다. 성인 고객의 편안함을 중시하는 입장과 아이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글쓴이는 말한다. “어린이는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공공장소에서 배워야 한다”라고.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의 내용이었다. 사실 내가 교실에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 수도 없이 강조하는 문장이기도 했다. 실패하고 낙담하는 학생을 향해 ‘그러면서 배우는 거야’라고 말했던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 노키즈존에서 아이들은 실패의 경험조차 할 수 없었다. 어른들의 안락을 위해 그들의 배움은 철저히 차단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소란을 피우며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잘못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공부할 수 있는데, 어른들은 이를 간과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끄는 장애인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매시간 ‘저상 버스’가 오지 않기에 기다려야 하며, 그렇게 기다려 도착한 버스에는 시설이 잘 작동하지 않아 그냥 보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그럼 지하철은 어떨까. 장애인이 승강장으로 이동할 때 돕기 위해 만들어진 엘리베이터 시설은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없다. 휠체어에 타고 있는 장애인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들에게 배려해 주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를 포함하여 다양한 이유로 대중교통에는 아무리 둘러봐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찾아볼 수 없다. 현재 100만 명이 넘는 지체 장애인들이 대한민국에 우리와 함께 살고 있지만, 실제로 이들을 위한 시설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평균 기대수명 100세 시대에 국내 자폐성 장애인의 평균 수명이 23.8세라는 점을 본다면, 대한민국이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외에도 작가는 작가만의 생각과 감성으로 우리의 편견들을 하나씩 꼬집어준다. 특히 여태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주거’, ‘채식주의’, ‘불법 이주’에 대해 차별하는 시선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이어간다. 또한 예전부터 관념적으로 써오던 단어에도 차별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아무렇지 않았던 우리의 말과 행동이 사회의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상처를 줄 수 있음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이 떠올랐다. 자료에 근거하여 차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글들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책을 읽고서는 내 안에서 아무 죄 없는 양의 탈을 쓴 우두커니 서 있는 늑대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만큼이나 <가장 보통의 차별>은 인상 깊었는데, 특히  ‘현장감’ 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기자인 작가가 직접 목격하고, 취재하며 쓴 글이었기에 글 속에서는 생동감이 가득한 걸 넘어 넘쳐났다. 현장 상황이 생생히 그려지고, 그들의 입장이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되며 독자로 하여금 반성하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애석하게도 부끄러웠던 시간들이 많이 떠올랐다. 선하게 살고 모범이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면서도, 차별을 했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 한 권 읽었다 해서 알게 모르게 습관이 된 내 사고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순간이 분명 있을 터이다. 그래도 확실한 건 사회적 소수자에게 큰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관심이 생기고 조금씩 애쓰다 보면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언제가 책 속 작가의 말처럼 모진 세계가 산산조각 부서지고 그 후에는 지금보다는 더 단단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겠지.



*해당 글은 "2024년(제20회) 경남독서한마당 독서공모전"에 응모할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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