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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Feb 16. 2024

10분 안에 100만원을 송금하시오

아주 쉽고 작은 일로 베푸는 방법

 "10분 안에 자녀에게 백만 원을 보내시오."

갑자기, 유튜브 ODG 콘텐츠가 추천 영상으로 떴다.

출처 : 유튜브(www.youtube.com) / 해당 영상 링크 : https://youtu.be/9urOuWjWQt8?si=nzax-Hw_ZzlX0gXq


  자극적인 영상으로 가득했던 유튜브 영상들 속에서, 이 영상은 꽤나 빛이 났다. 어머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궁금함에 이끌려 마우스를 누르게 되었다. 영상에는 한 번도 모바일 뱅킹을 사용해 본 적 없는 70대 아버님과, 60대 어머님이 등장했다. 두 분은 처음에는 계좌를 개설하는 미션을, 그리고 두 번째로는 자녀에게 송금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사실, '계좌 개설'이란 게 생각보다 번거롭고 복잡한 과정인지라 두 분이 과연 성공하실 수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안경을 끼시고, 손으로 찬찬히 화면 속 글자짚어가는 모습이 어딘가 뭉클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이 모든 걸 혼자 해나가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이었다. 두 분은 PD에게 도움의 눈초리를 보냈고, 코칭을 받아 결국 계좌 개설에 성공하게 된다.


 두 분의 여정을 지켜보다 보면, 조마조마하며 '제발 꼭 성공했으면'의 마음이 절로 품게 된다. 두 분이 60대와, 70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성공해야 다른 어르신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줄 거 같기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다음으로 제작진은 100만 원을 두 분께 입금드리고, 자녀에게 이 돈을 10분 안에 송금하게 하는 미션을 준다. 이번에는 제작진이 도움을 주지 않는데, 과연 그 결과는?


 결과는 성공이었다. 사실, 10분 남짓 안 되는 이 영상이 우리에게 큰 감명을 준다. 감사하다는 말과 뿌듯하다는 어르신의 말이 이렇게 울렁거릴 일이었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르신께서 혼자서 해냈다는 감동이 있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 알고 있었지만 못 해 드렸던 미안함이 있어서가 아닐까. 홈 화면에서 5분 동안 애플리케이션을 찾으며 "못하겠어요."를 연신 외치는 모습이, 오랜 시간이 걸려 계좌를 개설을 성공하고 글썽이는 눈빛으로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모습은 깊은 마음속 꽁꽁 숨겨두었던 '죄책감'을 꺼내 놓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여러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과 교육이 필요한 법이다. 그들도 충분한 시간을 주고 교육을 받는다면 충분히 적응하고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외할머니께서, 몇 달 전부터 스마트폰으로 새롭게 휴대폰을 바꾸고 나서 가족들에게 잘못 전화 거는 일이 잦아졌다. 받아도 말씀을 하시지 않거나, 조금 걸다가 끊어버려 부재중 전화가 생기곤 했다. 자초지종 사정을 들어보니 버튼이 저절로 눌러진다는 것이었다. '휴대폰을 바꿔드린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고장 난 건가?' 하며 아리송했다. 그리고 그때까지 할머니의 시그널을 눈치채지 못했다.


 4년 전에 할머니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알려드린 적 있다.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해내고 다음날부터 내게 여러 메시지를 보내셨다. 사실, 문자를 받고 여러 감정이 들었다.  할머니가 자랑스러웠고, 뿌듯했지만 어딘가 죄송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할머니께서 내게 보낸 메시지


  '공까지 시간이 걸릴 뿐, 한 번, 두 번 하다 보면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거예요'라는 유튜브의 응원 댓글처럼 어르신들도 할 수 있다. 충분한 시간과 교육이 주어진다면 그들도 충분히 할 수 있도. 또 우리는 도의적으로 아주 쉽고, 작은 일들로도 그들에게 베풀 수 있다.


 그리고, 금방 떠올랐다. '저절로 눌러진다'는 할머니의 말은 곧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달라는 할머니의 시그널이었다는 걸. 다음 주는 할머니댁에 방문해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해 간단히 알려 드리려고 한다. 스마트폰을 사드리기만 했을 뿐, 어떻게 쓰는지 알려드리지 않았던 과거의 내가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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