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2. 런린이의 마라톤 참가 후기
올해 8.15 마라톤을
아들과 뛴 이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4~6km를 꾸준히 달렸다.
처음엔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흥미로웠는데,
점점 몸의 변화가 나타났다.
조금씩 숨이 덜 찼고,
몸이 가벼워졌고,
찬물 샤워가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마음의 가벼워짐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보름 정도 지났을 때,
고심 끝에 러닝화를 장만했다.
아마, 지금까지 산 운동화 중
가장 고가가 아닐까 싶다.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아내가 말했다.
"오빠 나도 러닝화 샀어."
밤 10시가 되면
아내와 같이 뛰었다.
밤 10시 넘어 퇴근하는 날엔
혼자라도 뛰었다.
러닝앱이 들려주는 기록이
은근히 동기부여가 되는 시점,
마라톤 일정을 검색하고
아들과 함께 하프마라톤을 신청했다.
물론, 아들의 동의를 받았다.
하프마라톤을 뛰기 전,
10km를 두 번 정도 뛰었고
기록은 53분대가 나왔다.
페이스는 5분 30초대에서
5분 10초대까지 높아졌다.
심박수, 케이던스의
변화도 나타났다.
뛰면 뛸수록 기록이 좋아졌기에
은근히 기대감이 있었다.
첫 하프마라톤 당일,
서울의 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대회라
사람이 많겠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거의 대부분이
알만한 러닝화를 신고 나왔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산인해였다.
대회 시작 10분 전,
주최 측에서는
개인기록별로 출발시간을
달리한다고 방송했다.
1시간 50분보다
빠른 러너들은 A그룹,
1시간 50분~2시간은 B그룹,
2시간 이후는 C그룹.
아들과 나는 처음에
B그룹 후미에 서있다가
A그룹 후미로 이동했다.
일종의 근.자.감.
출발 방송이 울렸고,
우리는 A그룹 선두가 출발한 후
약 2분 정도 뒤에 출발했다.
몸은 상대적으로 가벼웠지만
첫 대회라 그런지
발의 긴장이 느껴졌다.
1Km, 2km, 3km, 4km...
4분 30초~50초
페이스가 유지됐다.
특별히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이런 게 대회빨인가 싶었다.
10km PB(개인최고기록)
51:14초
익히 잘 알고 있는 코스였지만
비 온 뒤 산 정상에
구름이 머물고 있는 풍경,
간간히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소리,
중간중간 물과 간식을
보급해 주는 스텝들...
참으로 감사한 러닝이었다.
반환점을 돌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
14km 언저리부터
몸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아들은 일정한 속도를 유지했는데,
나는 페이스를 조절해 가며
아들 뒤를 쫓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옆구리 통증, 발등 통증이
살짝 찾아왔고,
더 이상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그래, 오늘은 속도가 아닌 완주가 목표다."
"그래도, 1시간 55분대에는 들어갔으면 좋겠다."
"아들은 잘 달리고 있겠지?"
"나는 오래 달릴 거니까..."
등등의 생각을 하며...
다른 러너들이
추월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마일리지에서 나오는
힘이겠거니 했다.
힘든 상황에서
일정한 힘을 출력하는 것은
훈련과 경험, 물론 재능에
기인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될 것임을 상상하며...
어느덧 도착지점을 통과했다.
시간은 1시간 56분 49초.
살짝 아쉬운 기록이지만
첫 출전에 2시간 내로 들어온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랬다.
아들은 1분 정도 먼저 들어와서
쉬고 있었다.
먼저 들어온 사람들은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보급받은 간식을 먹기도 하고,
긴 줄을 기다려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달리기를 멈추고
약 10분 정도 어지럼이 있었다.
앞도 잘 보이지 않고
뛸 때보다 골반과 발등의 통증이 컸다.
그렇다고, 아주 큰 정도는 아니었지만.
아들은 큰 내색은 안 했지만
나름 성취감을 느낀 듯했다.
"친구들한테 자랑할 거예요..."
완주 기록을 인스타에 올리고,
친구들하고 대화가 한창이다.
나는 첫 대회의 경험과 느낌,
어쩌면 소소하고,
어쩌면 특별한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은 건강하다는 것,
앞으로도 더 도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달리면서 볼 것, 느낄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일을 살 수 있다는 것,
내가 쌓은 만큼 돌려받는다는 것,
가족이 함께 달릴 수 있다는 것...
완주 후 느낀 감상들이다.
그리고, 다음 러닝, 대회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