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on. Research.Teacher 교사들의 경험 살펴보기
들어가며
최근, 과학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의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교육의 중심 주체인 교사의 변화에 대한 논의로 귀결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은 수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회‧문화적 변화가 동반되어야 개선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처럼 교사의 질적 변화는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미래교육을 논하는 시점에서 강조해야 할 교사상은 무엇일까? 단위학교 차원에서 교사상을 무엇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교사의 역할과 구체적인 행동은 달라질 것이다.
교육이 실제 개선되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의 진단과 처방이 현장 밖에서 이루어지기 보다는 현장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최의창, 1998). 교사들의 현장연구는 자신의 교육활동과 학교 전반에 대해 진단하고 처방하는 일과 관련된다. 교사는 현장연구과정에서 행위의 계획을 수립하고 행위 중 혹은 후에도 자신의 교육활동을 성찰‧평가한다. 학교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교사가 변화되어야 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혁신의 주체이자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상이 필요하다(김현진 외, 2017).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교사가 실천가임과 동시에 연구자로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교사의 연구 행위에 대한 낮은 인식, 연구행위를 제한하는 제도적‧물리적 환경, 연구와 실천을 공유하는 공동체 문화 형성의 어려움 등이 그 원인이다(박알뜨리, 이정인, 이신혜, 2018). 학교 안에서의 제약 조건으로 인하여 교사들은 주로 학교 밖 공동체를 통하여 자신의 연구‧실천을 공유하고 있다. 결국, 학교 안에서 실행한 연구 행위가 해당 학교 구성원들과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까지 교사의 현장연구를 이해하고자 하는 연구들도 소속이 다른 개별 교사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노진아, 서경혜, 2009). 단위학교 내에서 현장연구를 진행한 교사들과 연구자로서의 교사 대한 학생의 인식을 살펴본 연구는 드물다. 학교 내 현장연구를 제도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사의 현장연구를 고유의 특징을 지닌 연구 유형이나 방식으로 인정하고(Cochran-Smith & Lytle, 1990), 단위학교 내에서 소속 교사들이 진행한 현장연구의 특징과 촉진 및 저해요인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장연구에 참여한 교사들의 인식과 경험 뿐만 아니라 이들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인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ART 프로젝트. 학교 내 실천가이자 연구자들의 느슨한 공동체
이 글에서는 C학교에서 진행된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 프로젝트’(Action Research Teacher Project, 이하 ART 프로젝트)에 참여한 교사들의 경험과 학생들의 인식을 살펴보았다. ART 프로젝트는 서울 소재의 C학교에서 2018년부터 교사들의 연구‧실천 활동을 지원하고, 연구결과를 학교 안팎의 구성원들에게 공유‧확산하기 위한 연구지원 활동이다.
교육과정, 수업, 평가 등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교사의 수업과 연구 역시 그러하다(Dewey, 1933).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현실에서는 교사가 현장연구를 진행하기가 녹록치 않다. C학교의 교사상 중 하나는 ‘더 나은 교육을 위해 꾸준히 연구하는 교사’이다. 학교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 미래학교 등은 학생의 성장과 행복을 위해 더 나은 교육을 하고자 연구하는 교사들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 2018년 C학교에서 진행된 ART 프로젝트는 교사의 현장연구를 지원하고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실시하였다. 교사의 실천과 연구에 소액의 경제적 지원을 하고 느슨한 연구공동체가 운영되었다.
ART 프로젝트에 참여한 교사들의 현장연구의 특징으로는
현실문제 개선으로부터 출발한 연구, 실용성과 과학성 사이의 다양한 스펙트럼, ‘공유에 의한’, ‘공유를 위한’ 연구로 나타났다. 그리고 단위학교 내에서 교사들의 연구활동을 촉진하는 요인은 ‘도전을 허용하는 자유로움’, ‘연구가 일상이 되는 학교문화’, ‘멘토로서의 연구동반자’였으며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바쁜 일상’, ‘동료에 대한 의식’으로 나타났다.
참여교사들의 이야기들
“기존의 연구는 팀이 조직되고, 시간에 마감일이 있고, 해야 할 과업이 명료해서 해치운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ART는 일 년 동안 계획을 세우지만, 유연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연구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기 때문에 자유로웠어요. (기존에 외부에서) 팀단위로 할 때에는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어진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ART 프로젝트 연구는)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애착이 가요.”(C교사, 2018.10.1.)
“다른 학교에서는 연구를 한다고 하면 (자신을 지목하며) ‘그런 건 OOO이나 하는 거지’라는 냉소가 약간 있었어요. 그래서 함께 하자고 얘기가 좀 어려웠는데...이 학교는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해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G교사, 2018.10.8.)
“처음엔 좀 막연했어요. (논문과 같은) 형식을 갖춘 연구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는데 B교사가 도움을 줬어요. 설문지를 작성하는 법, 코딩하는 방법 등을 사전에 알려줘서 연구의 흐름을 잡을 있었던 것 같아요. (중략) B교사가 제안하지 않았다면 여기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연구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올해 경험을 하면서 내년에는 나도 혼자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신감이 좀 생겼어요.”(H교사, 2018.10.12.)
“처음엔 수업과 관련해서 성찰일기를 작성하려고 했어요. 제 연구에서는 그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실패했어요. 개인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가만히 차분히 앉아서 성찰해보고, 주제를 뽑아내서 글을 써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한 거에요. 늘 후순위로 (연구가) 밀리는 것 같아요. 사실 이 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미뤄두게 되는 것 같아요.”(C교사, 2018.10.1.)
“연구진행과정에서 고민이 있었어요. 현재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데, 동료교사들에게 어떤 역할을 주고, 그 친구들이 어떤 기여를 하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죠. 사실 가볍게 시작했었는데, 막상 시작을 하고 나니 어느 정도 코웍(협업)을 해야 할 지 고민되더라고요. 혹시, 팀원들이 부담스러워하면 어떻게 하는지...그래서 올해는 제가 (주도)하지만 내년에는 다른 동료가 좀 더 주도해주면 좋겠어요.”(B교사, 2018.9.21.)
이런 선생님들을 만난 학생들의 이야기
학생들은 ‘교사와 학생과의 공감대 형성’, ‘수업개선’, ‘연구결과 공유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들을 롤모델, 평생학습자, 미래교육 발전의 밑거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결국 연구를 하게 되면 우리들을 대상으로 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통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결국 학생들과의 연결점을 찾아내어 공감대 형성도 가능할 것이고, 이를 통해 학생과 교사의 관계가 더욱 좋아지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A학생, 2018.12.4.)
“연구를 통해서 학생들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 이러한 것을 수업에 반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선생님들이 저희가 어려워하는 내용 같은 것을 알 수 있게 되고 학생들이 느끼는 난이도나 흥미도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점들이 수업에 반영되면 자연스레 학생들도 수업참여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연구들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학생들이 수업방식이 다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가 연구라고 생각해요. 결국, 이러한 연구들이 수업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봐요.”(B학생, 2018.12.19.)
“선생님들의 모습은 학생들이 연구하고 싶은 마음을 향상시키는 것 같아요. 자기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그런...선생님들도 직접 연구를 구상하시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 모습에 영향을 받아요. 저는 그런 연구결과들도 공유 받고 싶어요. 우리가 참여한 연구인만큼 결과도 궁금하거든요.”(D학생, 2018.12.27.)
학교 내 실천가이자 연구자들의 미래학교를 위하여
단위학교 차원에서 현장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는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상을 정립해야 한다. 교육은 인간을 성장시키는 수단으로서 전문적인 행위이다. 교사의 주요 업무가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라면 교육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연구가 필수적이다. 교사들의 수업 실천 행위는 연구에 바탕해야 자신이 직면한 현실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실천가임과 동시에 연구자로서의 교사상이 학교에 정립됨으로써 학교는 혁신의 동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둘째, 교사의 현장연구를 위한 사회적‧경제적‧제도적 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교사는 학교나 교실이라는 현장에서 다양한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수많은 연구문제가 존재하지만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학교 안팎의 연구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될 경우 교사와 학교 입장에서는 문제를 개선하게 되고, 학문적으로는 지식을 축적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상급기관이 필요한 연구를 공모방식으로 모집하는 형태에서 단위 학교, 개별 교사가 추진하고자 하는 연구에 상급기관 혹은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형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C학교의 ART 프로젝트는 연구비라고 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금액이 지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교사들은 책임을 다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동료교사 및 교육관계자들에게 공유하였다. 연구비 총액의 증가뿐만 아니라 연구비 사용 가능 범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연구에 도움이 되는 세미나, 강의, 포럼 등의 참가비, 연구결과의 학술지 심사 및 게재 비용 등을 학교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단위 학교의 학생과 학교에 이익이 돌아가는 교사의 연구행위에 해당한다면 학교가 경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학교는 일종의 현장연구기관이자 연구공동체로서 기능해야 한다. 개별 교사들은 연구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연구과정과 결과들을 공유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현장연구가 교사의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핵심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일상이 되는 문화를 갖추어야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들이 성장하고 양산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학교 내에서 구축된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학교 간, 연구기관 혹은 대학과 학교 간 연구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다. 전문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우, 교사의 연구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하게 되면 연구결과가 학교 내에서만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교 밖으로 확산될 수 있다. 또한, 개별 교사 혹은 학교가 수행하고자 하는 연구에 관심있는 연구자들이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도 연구네트워크는 필요할 것이다.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과 업무 등을 개선하는데 연구결과를 활용하고 연구를 통해 생산된 지식과 경험을 학교공동체와 공유할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C학교의 교사상을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수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학생들이 참여교사들을 모델링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렇듯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들은 학생, 동료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교사와 학교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 이 글은 아래의 논문 중 일부 내용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의 논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이은상, 김준구, 오유진 (2019). 학교 내 ‘실천가이자 연구자로서의 교사’ 프로젝트 사례 연구, 19(8), 1037-1063.
http://scholar.dkyobobook.co.kr/searchDetail.laf?barcode=401002713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