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자유도와 참여도에 따른 여행 유형과 팁
음식이나 옷의 취향만큼이나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도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자유여행을, 어떤 사람들은 패키지여행을 즐긴다.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많은 장소를 돌아보기를 원하고, 어떤 사람들은 여유 있는 여행을 선호하기도 한다. 개별적으로 다니는 여행이라면 이 모든 것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단체가 함께 움직이는 여행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단체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따르게 되고, 참여하는 사람들도 반신반의한 상태에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여행의 유형: 자유도와 참여도를 기준으로
단체 여행 겸 워크숍을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여행의 유형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구분 기준은 여행에서의 자유도와 여행 기획에의 참여도이다. 여행에서의 자유도는 말 그대로 여행자가 얼마나 여행에서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느냐와 관련되어 있다. 즉, 여행에서 여행자가 유연한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자유도가 달라질 것이다. 자유도만을 기준으로 구분한다면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으로 나뉠 것이다.
한편, 여행 기획에서의 참여도는 여행자가 얼마나 자신의 여행을 기획하는데 참여하느냐와 관련된다. 여행자가 여행 장소, 음식, 시간 등을 정하는데 참여한다면 참여도가 높을 것이다. 참여도는 여행 집단의 크기(규모)와 관련된다. 여행 집단의 규모가 클수록 참여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참여도만을 기준으로 구분한다면 일종의 여행자 참여 설계와 기획자 주도 설계의 스펙트럼으로 나타낼 수 있다.
우리는 자유도와 참여도의 정도가 교차하는 어느 지점의 여행 유형을 경험하는 셈이다. 대체로 자유도가 높은 여행이 참여도도 높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각각의 유형을 살펴보기 전에 전제해야 할 점이 있다. 각 유형은 여행의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여행의 다양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유형들이 결코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다. 여행의 취향과 상황 그리고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다. 다만, 이러한 구분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여행의 다양성을 이해하자는 것이며, 각각의 구조를 이해하자는 것이다. 또한, 각각의 구조적 한계를 넘기 위한 방법을 찾고, 각 유형의 장점을 혼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A 유형: 개인 자유 여행
A유형은 자유도와 참여도가 높다. 대표적인 형태는 개인 자유여행이다. 개인 자유여행은 자신이 직접 여행의 시기, 장소, 음식 등을 기획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여행 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물론, 사전에 특별한 계획을 하고 가지 않고 마음 따라,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자유도 주어져 있다. 여행을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마무리하는 것까지 모든 선택과 책임을 여행자 본인이 지는 것이다. 물론, 여행을 준비하는 즐거움,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어 가는 즐거움이 여행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이익의 하나이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변수에 대한 결정과 책임도 여행자 본인의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이러한 여행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아마도 여행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여행정보 접근성이 좋아진 탓이기도 하다. 또한, 여행 인프라가 좋아진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러나 낯선 곳에 대한 불안감, 선택에 대한 어려움 등을 갖고 있는 여행자에게는 선택하기 어려운 여행 유형이다.
B 유형: 단체 자유 여행
B유형은 자유도는 높게 나타나지만 참여도는 A유형만큼 높지 않다. 즉, 여행지에서의 유연성은 높지만 여행기획에서의 참여는 높지 않다. 대표적인 형태는 단체 자유여행의 경우이다. 예를 들어, 가족여행을 간다고 생각해보자. 가족 구성원들의 몸상태, 심리상태를 반영한 여행의 자유도는 어느 정도 확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가족여행에서도 여행을 기획하는 사람과 수용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가족여행이 있을 수 있다. 가족여행은 혈연공동체라는 조건에서 시작하므로 여행기획자의 부담이 낮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행을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한다면 어떠할까? 기획자는 여행 참여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된다. 또한, 여행만족도에 대한 걱정이 존재할 수 있다. 여행의 참여 여부를 선택하는 것은 여행자이지만 여행에 참여한 이후에는 기획자가 설계한 여행경로를 따르게 된다. 여행 기획자와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 여행의 목적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만약, 개인 자유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단체 자유 여행에서 얻고자 한다면 여행자의 만족감은 낮을 수밖에 없다.
C 유형: 개인 패키지여행
C유형은 자유도는 낮지만 참여도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여행 유형이다. 일종의 패키지여행이 그런 경우이다. 여행 장소, 시간 등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맞는 여행 패키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전적으로 여행자 본인이 갖고 있다. 다양한 여행 상품 중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고르면 된다. 개인 자유 여행에 비하여 낮기는 하지만 여행자 참여 설계가 어느 정도 실현되는 셈이다. 그러나 여행 상품이 결정되고 나면 여행지에서의 자유도는 개인 자유여행만큼 보장되지 않는다. 여행상품이 갖는 구속력은 다를 수 있지만 여행자는 대체로 결정된 여행 경로대로 움직여야 한다. 만약, 여행지에서의 자유도를 갖고자 하는 여행자라면 자유 여행을 선택하거나 자유도가 높은 여행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D 유형: 단체 패키지여행
D유형은 자유도와 참여도가 모두 낮게 나타나는 경우이다. 보통 단체 패키지여행이 그렇다. 보통, 단체가 목적하는 것이 패키지에 담겨있다. 단체의 특별한 목적이 학습일 수도 있고, 단합일 수도 있고, 힐링일 수도 있다. 이 유형의 성패는 1차적으로 여행 목적에 맞는 여행 계획을 패키지로 구성했는지와 관련된다. 또한, 기획자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구성원들이 여행의 목적을 분명히 인식해야 여행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단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다 신뢰로운 여행사를 선택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패키지여행은 많은 여행자들이 경험하는 유형이다. 다만, 여행자는 단체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여행지에서의 자유, 유연한 여행을 즐기기 어렵다. 또한, 여행 기획자가 설계한 여행경로대로, 음식대로, 시간대로 움직여야 한다. 어쩌면 구성원이 패키지여행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없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직장에서 워크숍이란 이름으로 진행하는 단체 여행이 그렇다. 또한, 학창 시절 경험하게 되는 수학여행도 유사하다. 만약, 기획의도대로 진행된다면 학생들은 수학여행(修學旅行) 답게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되며, 단체로서의 결속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개인화 경향은 수학여행의 목적을 실현시키고 여행자들의 만족감을 높이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기획자가 고려한 수학여행 일정보다는 기획자가 고려하지 않았던 여행을 통해서 만족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여행자의 참여도가 높은 수학여행(소규모 교육여행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적이지는 않다.
다양한 여행 욕구를 지닌 사람들이
함께 하는 여행을 위하여...
단체가 함께 하는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함께 하는 이들과의 신뢰이다. 신뢰가 없는 여행은 사실상 여행이란 이름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다. 구성원들 간의 신뢰가 어느 정도 확보된 단체 여행이라면 다음 내용들을 고려해보면 어떨까?
1. 여행의 목적을 분명히 하자.
여행의 목적은 단체 여행에서 특히 중요할 것이다. 단체가 함께 하는 이유가 그 목적 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단체가 함께 할 이유가 여행의 목적과 프로그램에 담겨 있지 않다면 굳이 단체 여행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이번 여행은 학습인가? 친목인가? 아니면 그 둘의 적절한 혼합인가? 그리고 그 목적을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가?
2. 여행욕구를 파악하자.
단체가 지닌 여행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면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여행 욕구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어떤 여행이기를 바라는지, 어떤 장소를 가고 싶은지, 자유도와 참여도를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할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만약, 집단 구성원들이 높은 자유도와 참여도를 원한다면 여행 설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3. 여행 중 집단의 규모를 줄여보자.
일종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단체 여행이므로 '같이'하는 시간과 활동이 필요하다. 여행의 목적이 '함께'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고, 집단이 세운 여행 계획에 목적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허락된다면 개별적인 여행 성향과 욕구를 고려하여 집단을 소규모로 나눠보면 어떨까? 여행의 욕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소집단을 구성해볼 수 있다. 소집단의 규모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3~5인 정도가 적절할 것이다. 규모가 너무 작으면 단체 여행으로서의 성격을 벗어나고, 규모가 크면 소집단의 이점을 확보하기 어렵다. 규모가 큰 집단에서는 확보될 수 없었던 여행기획의 참여도와 자유도를 확보할 수 있다. 소규모 집단의 욕구를 반영하여 여행 계획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소집단내에서는 협력과 참여가 실현되고, 소집단 간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소규모 팀들 간의 여행 경험 공유를 통해 전체 집단의 이익이 확대될 수 있다.
4. 여행의 자유도와 참여도가 조절 가능한 여행 설계하자.
단체 여행이라고 해서 여행의 자유도와 참여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A~D 유형 내에서도 자유도와 참여도 확보 정도에 따라 자신이 참여하는 여행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여행자가 직접 자신의 여행을 기획하여 진행하는 것을 일정에 포함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때, 여행자는 여행을 설계하기 위해 여행정보를 스스로 확보하거나 여행 담당자로부터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여행기획 자체가 어렵거나 여행의 소집단 여행이 오히려 여행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 여행자 참여 설계는 여행 전에 미리 이뤄질 수도 있고, 여행 중 진행할 수 있다. 여행 전에 여행 준비모임을 갖고, 소집단 여행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안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여행 중 여행을 기획, 실행하고 공유하는 것도 적절한 긴장감과 활발한 논의를 촉진하는 요소가 된다. 이것은 집단의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이다.
이번 여행은 후자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전체 3일 중 이틀은 공통 일정이었고, 하루는 소집단이 기획하고 실행하였다. 일종의 배틀 트립으로 진행하였다. 각 팀은 가급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였다. 그들은 다양한 정보를 스스로 수집했으며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어 갔다. 한 팀은 감성적인 여행을 했고, 다른 팀은 역사, 지리적 특징을 탐색하는 학습적인 여행을 했다. 팀 구성원들의 성향이 반영된 여행 일정이었으나 다른 팀보다 좋은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나름의 경쟁심이 작용하기도 했다. 여행의 긴장과 이완이 교차했던 것이다.
각 팀의 여행을 공유하는 시간에는 모두가 다시 하나가 되었다. 서로의 여행에 대해 궁금해했고, 알지 못했던 정보를 수집했다. 각각의 여행을 설계한 이유 그리고 좌충우돌했던 과정을 공유하는 일도 의미와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함께 움직였다면 얻을 수 없었던 경험이었을 것이다.
자유도와 참여도에 따라 만들어지는 여행의 다양성. 우리는 여행의 다양성 중 무엇을 원하고 있고, 참여하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각각의 여행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자신이 그 여행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만족을 얻어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 그리고 하나의 여행 안에서도 여행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이 여럿이 함께 하는 여행의 기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