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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M Jan 12. 2020

여행자의 허심虛心, 전심全心, 관심 觀心

여행을 즐기는 마음 프로세스


출장겸 가족들 떠난 부산여행 중 문득 여행자가 가져야 할 마음 몇 가지를 생각해본다. 떠나왔으나 아직 온전히 떠나지 못한 나를 관찰하며 얻은 몇 가지 감상이자 어느 순간 여행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하며 얻은 소소한 깨달음 관한 이야기이다. 



허심虛心

바쁜 일상을 살다 여행을 떠난 이에게는 허심이 필요하다. 떠나기 전, 여행자는 일상에서 처리하던 일과 맺었던 관계들이 만든 수많은 장면 속에 갇혀 있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이들도 일과 관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마음 곳곳에 붙어 있다. 그일 그 일에서 상을 남기지 않는 고수들은 허심으로 여행을 시작하겠으나 미리 준비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은 여행 중에도 떠나기 전의 일상에 사로 잡혀 있게 된다.


부산의 오래된 온천 '허심청'는 몸의 찌든 때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놓고 가라는 글귀가 붙어있다. 모든 이가 그렇겠지만 여행자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마음은 허심이다. 허심으로 시작하지 않은 여행은 떠나도 떠나지 못한 여행이다. 때론,함께 하고 있는 여행자들에게도 불편함이 전가될 수 있다. 그래서 이전의 마음을 비우거나 혹은 떠나기 전의 일상은 그곳에 두고 와야 한다.


가족들의 여행을 바라보는 아빠여행자



전심專心, 全心

여행 전의 집착들로부터 벗어났다면 여행의 현재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음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전환할 '전'이자 집중할 '전' 혹은 온전할 '전'이다. 여행지의 날씨, 장소, 사람들, 분위기, 언어, 냄새 등을 느끼고 관찰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여행자는 떠나온 곳, 지금 발 딛고 있는 그곳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으로 전환하고 '지금'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허심이 중요하다. 여행 전의 마음들이 아직 꽉 차있다면 여행 중의 전심은 쉽지 않다. 여행 기간이 길다면 전심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뤄질 수 있다. 자극적인 경험을 했다면 일시적으로 전심이 될 수 있다. 만약, 자신의 일상과 차이가 많은 여행지라면 전심이 수월할 것이다. 그곳에서는 기존의 일상과 철저하게 분리 되어 있기 때문이거나 여행을 준비하며 틈틈이 전심을 했거나, 새로운 곳에서의 생존이 더 시급한 문제이기에 전심이 자연스레 될 수 있다. 이 모든 경우에도 전심이 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할 것이다.




관심 觀心

다시 지금의 마음을 바라본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의 마음은 어디 갔는지 바라본다.


초량동 이바구길에서 본 부산전경



"(생략) 이곳에서는 부산 겹겹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겹겹의 다양한 모습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은 여행자에게 행운이다. 겹겹의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삶이 존재할 것이고, 나 역시 그 속에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마치 3인칭 시점에서 그 삶을 바라보는 묘미가 있다. 오늘, 문득, 저 삶 속에 있던 그 마음들이, 바로 지금 어디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초량동 이바구길에서)


여행 중 어느 카페에 앉아 여행자의 마음을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본다. 이때의 '관심'이야말로 여행의 백미이다. 몸이 아닌 마음으로 느껴지는 여행의 맛이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 동력이 되는 맛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러한 마음을 맛보기 위해 여행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의 마음을 챙겨보자.
우리는 허심하였는가?
 전심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여행 중 우리는 관심을 하고 있는가?



허심-전심-관심이 순서대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이외의 마음들이 작용할 수도 있다. 여행의 고수들은 이러한 마음이 자동화되어 있다, 여행 전에 여행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고, 여행과 일상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허심-전심-관심-허심-전심-관심...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에게도 여행에 대한 허심-일상으로의 전심-그리고 또다시 관심이 필요하다.


이제, 여행의 여비 중 가장 몫이 큰 마음을 잘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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