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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M Jun 27. 2021

미래학교 신입생 맞이: 기초와 적응

신입생 역량 도출 및 프로그램 개발 연구 이야기

자유학년제를 해야 한다면, 미래학교를 하고 있다면,
우선 학생들의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게 어떨까?


학교는 신입생들을 어떻게 사회화하고 있나요?

2015년 겨울, 공동체에 던졌던 질문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학교 시스템은 낯섬 그 자체이다. 학생들은 알게 모르게 학교를 통해 사회화되어 간다. 학교가 의도한 것뿐만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것들까지도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에 체화된다. 어느 세대보다 청소년시기의 사회화는 빠르게 이뤄지고, 그로 인한 영향은 길기 때문에 우리는 이 시기의 사회화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물론 그 사회화가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이뤄지는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사회의 공통된 문화를 사회화시키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겠으나, 나는 학생들이 속한 개별 '학교'라는 사회에 적응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신입생들에게는 학교가 제공하는 사회화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학교라는 일반명사를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고유의 맥락을 갖는 고유명사로서의 학교들이 존재한다. 모든 학교가 그러할 것이다. 


학교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 학교의 특수한 환경과 문화, 사람들의 행동방식 등이 존재한다면, 기존의 구성원들은 새로운 사람들, 특히 학생들에게 적절한 사회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실상, 오늘의 기초와 적응 프로그램의 출발은 이러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빽빽한 교육과정, 학교 안팎의 인식과 경험의 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공감한 선생님들의 지지와 실행노력, 교장님들의 확산노력 등은 보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나아가는데 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력이 되었던 것은 학생들이 보이는, 선생님들이 느끼는 효과였다. 학기가 시작되자마다 경주마가 되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 적응하는 준비를 하고, 그 사회의 독립된 주체로 성장하는 것을 우선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모든 선생님들의 수업에 자연스럽게 활용되고, 중복된 교육활동을 줄이고, 필요한 교육활동을 보다 쉽게 할 수도록 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신입생 기초와 적응 프로그램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신입생 역량 도출 관련 고민과 실천을 소개하고자 한다.

*본 글은 이은상, 이은주(2021)의 연구물을 토대로 작성된 것임을 밝힘



우리는 전환기 신입생의 적응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인간은 자신의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는 존재이다. 만약, 주변 환경이 변화하게 되면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큰 도전이 된다(Bronfenbrenner, 1979). Bronfenbrenner(1979)는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체계들 간의 조합이 전환되는 중대한 변화를 ‘생태학적 전환’이라고 하였으며 청소년들이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생태학적 전환기를 맞게 되는 청소년들은 기존에 경험하고 있던 미시적인 체계의 기능이 상실되고, 새로운 체계의 등장에 따른 사회적 역할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해외에서는 전환기 청소년에 대한 연구가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수행되어 왔으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의 진학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의 적응을 공교육의 주요 관심사로 다뤄왔다(Akos, Queen, & Lineberry, 2005). 일부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전환되는 시기에는 학업성취가 낮아지고, 학교에 대한 만족도와 학습동기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Charlotte et al., 2007). 일반적으로 중학생들의 수업 부적응이나 교과 태도 저하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의 전환기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보고되고 있다(Paul, 2014). 심리적 측면에서 살펴볼 때, 다수의 신입생들은 중학교로의 전환 과정에서 자아존중감이 저하되고,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거나 정서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었다(Crockett et al., 1989).


국내연구에서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진학하는 청소년들의 학교 적응에 관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해외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중학교 신입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적응과정에서의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김대현, 김현주, 2003). 중학교 신입생들은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나 중학교에서는 교과별 수업을 받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특별한 학습공간으로 이동하여 수업을 받게 된다. 또한, 신입생들은 초등학교에 비해 엄격해 보이는 학교 규칙을 경험하게 되고, 새로운 친구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중학교 신입생들은 초등학교에 비해 높은 학업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전상준, 신봉호, 2009). 교과학습 차원에서 중학교는 초등학교에 비해 추상적인 개념들을 학습하고 고차적인 탐구를 수행하기 때문에 교과적 성장에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이솔희, 정영란, 2015). 또한, 담임교사나 부모에 의존하는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는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학습방식을 취해야 할 경우가 많다. 한편, 대인관계 차원에서 중학교 신입생들은 초등학교에서의 부모와 담임교사의 적극적인 보호상태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사회적 존재가 된다(전상준, 신봉호, 2009). 이때, 친구 및 교사와 관계 맺는 능력이 부족할 경우 공동체에서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물리적 학습환경 차원에서 최근에는 블렌디드 학습(Blended Learning)이 진행되면서 중학교 신입생들은 테크놀로지 활용 능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신입생들 간에 테크놀로지를 활용 능력에 격차가 나타날 경우 중학교에서의 학습과 생활 상에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정한호 외, 2020).


따라서, 중학교 신입생들이 학교생활을 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습, 생활, 공간 및 테크놀로지 등의 다양한 학교환경에 자신을 적응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문은식, 김충희, 2003). 이와 관련하여 많은 선행연구에서는 중학교 신입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제언한 바 있다(안태연, 김태은, 노원경, 2015; 전상준, 신봉호, 2009). 신입생들이 중학교 생활과 학습방식의 특징과 초등학교와의 차이를 인식하고, 실제 각각의 방식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학교 신입생들의 학교 적응 프로그램 내용은 선행연구마다 각기 다른 영역으로 구분되어 수행되어 왔다. 학습차원에서는 시간 관리나 공부 방법 등의 초인지적 측면의 전략을 안내하는 프로그램이 신입생들의 학교생활적응에 효과적이었다고 보고되어 있다(배정애 외, 2006; 윤채영, 이종화, 김정섭, 2011). 한편,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기, 의사결정하기, 인터넷을 이해하기 등의 인성‧사회성 발달 프로그램도 신입생들의 학교생활적응에 효과적이었다(전상준, 신봉호, 2009).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중학교 신입생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중학교 신입생들은 동일한 연령대가 경험하는 공통적인 어려움 외에도 각 학교의 특성에 적응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신입생 교육에는 학교 특성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떤 과정으로 연구를 진행했나?

본 연구가 진행된 기간은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였으며 아래 그림과 같이 크게 두 가지 단계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신입생 역량 및 행동지표를 도출하였다. 본 연구는 선행문헌 검토와 설문조사를 통해 초기 신입생 역량 및 행동지표를 도출하고 전문가 타당화를 통해 최종 역량과 행동지표를 결정하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앞에서 도출한 역량과 행동지표를 바탕으로 C학교 교사팀(총 5명)이 신입생 교육 을 실시하였다. 선행문헌 검토, 설문조사, 전문가 타당도 검토 과정을 통해 도출한 역량과 행동지표를 토대로 신입생 교육을 실행하였다(C학교에서는 ‘신입생 기초와 적응 교육’으로 명명하였음).  현장평가 참여 교사들은 역량과 행동지표를 토대로 총 15차시(25시간)에 대한 수업계획을 작성하였다. 본 연구가 실시된 기간은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원격수업이 의무화됨에 따라 신입생 교육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당시, 원격수업-등교수업 상황의 불확실성이 컸고, 신입생들이 온라인 학습환경에 적응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담당교사들이 초기에 세웠던 계획들이 일부 변경되기도 하였다. 



연구결과

본 연구에서 도출한 신입생 역량은 아래 그림과 같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아래의 역량들은 특정 학교의 맥락에서 도출된 것이라는 것이다. 학교가 갖는 특성에 따라 신입생들이 갖춰야 할 역량을 도출하고, 그 역량을 신장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혹은 교육과정을 마련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는 아래 사이트로 대신함(공개버전) 

아래의 사이트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교육활동을 담은 것이다. 2021년, 오프라인에서는 온라인 버전에 비해 안정적이고 내실있게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실제 프로그램 참고: https://sites.google.com/changdeok.ms.kr/lovecd



선생님과 학생들을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한 학생들은 학교급의 차이에서 오는 낯섬과 어려움이 있다. 또한, 초등학교에서 확보되지 못한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이 많은 학교일수록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신입생 역량에 기반한 교육은 학생들에게 중학교의 특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학교로서의 특성을 안내하고, 본격적인 학교생활에 앞서 미리 체험하게 하였다. 참여교사들은 학생의 입장에서 역량과 행동지표가 마련되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친절한 교육이 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이 입학하고 나서 이런 교육을 받는 것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학생들이 실제 등교를 하기 전인데, 학교에서 이뤄지는 것들에 대해 교육을 받으니...올해 (전입해) 온 저보다 적응을 빨리한 것 같아요. (웃음) 학생들이 입학하기 전 혹은 입학과 동시에 학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텐데 학교가 참 친절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학교가 이렇게 친절하게 학교에 대해 안내해주겠어요. 괜찮은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해요.”(교사1)     


또한, 참여교사들은 신입생 교육의 활동이 종료되고, 본격적인 교과 학습이 시작되어야 신입생 교육의 의미를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사실상, 학생들에게는 신입생 교육도 하나의 학습이다. 학생들은 학교의 다양한 교육활동을 조망할 수 없기 때문에 본 교육이 활용되는 장면을 가늠할 수 없다. 따라서, 신입생 교육 자체가 학생들에게 기초 수준으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다. 학생들은 신입생 교육의 진행과정에서 어느 학습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교사들은 적절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참여교사들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학교생활모습을 신입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본 교육의 의미를 빠르게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학생들한테 받았던 피드백 중 하나는 ‘이게 왜 기초냐’ 하는 것이 있었어요. (웃음) 제가 했던 수업은 테크놀로지 활용 역량에서 메일을 보내고, 공유PPT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학생들은 ‘왜 메일을 써요?, 그냥 카톡하면 되지 않아요?’ 라는 질문도 있었어요. 학생들이 아직 본격적인 수업을 받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까 전반적인 것을 알고 있는 교사들이 기초라고 생각했던 것이 학생들에게는 기초가 아니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아마 수업에 따라서는 교육을 받기 전에 기초라고 생각하는 것과 교육이 끝나야 그게 기초에 해당하는 구나를 느끼는 시점이 다를 수 있어요”(교사3)


학생들은 중학교 생활에 대한 긴장감과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하였다. 학생들은 중학교와 크게 달라진 교육과정, 학교문화 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인식하였고, 초등학교에 비해 많은 어려움을 경험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본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학교생활 전반을 살펴보고, 실제 체험함으로써 긴장감과 불안감을 낮추고, 학교 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하는 기회가 되었다.  


“중학교 첫 생활이다 보니 많이 긴장되고 중학교는 초등학교와 크게 달라서 힘들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내 편견을 바꿔주었고 학교에 실제로 나가지 않아도 조금 어려울 뿐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고 수업을 하는 것은 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내가 첫 중학 생활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학생1)     



[참고]

http://scholar.dkyobobook.co.kr/searchDetail.laf?barcode=401002822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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