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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M Dec 22. 2021

'교사, 평가에 질문하다'

학생평가를 둘러싼 진솔한 학습, 실행, 성찰의 기록


 사회적 변화, 교육과정의 변화, 학습자의 변화는 그동안 우리가 많이 듣고, 학습해 온 것들이다. 그래서 이러한 이야기들은 다소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너무 익숙한 나머지 변화의 자극제로서 작용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어릴 적,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잔소리처럼 말이다. 아무리 외부적 환경이 변한다고 해도 교사 스스로가 고민하고 실천하고, 성찰한  것이 아니라면 변화로 이어질 수 없다. 반대로 교사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이뤄 내면 그 자체만으로도 동료와 학생들에게 의미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파커 파머(2005)의 오래된 질문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가 흔하게 묻는 것은 ‘무엇’이라는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내용을 가르칠 것인가? 논의가 약간 깊어지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라는 질문이 나온다. 잘 가르치려면 어떤 방법과 기술이 동원되어야 하는가? 논의의 단계가 더 깊어지면, ‘왜’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우리는 어떤 목적,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르치는가?   하지만 우리는 ‘누구’라는 질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의 자아는? 그의 자아의식은 그가 학생, 교과, 세상에 연결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교육제도는 어떻게 하면 훌륭한 가르침의 원천인 자아의식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 -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중     


  우리는 무미건조한 이름의 ‘교사’, 특정직 공무원으로서 ‘교사’이기 이전에 자아실현을 하고자 교사가 된 사람들이다. ‘나는 왜 교사가 되었는가?’ 학생들이 사회적 변화에 잘 대응하도록 돕는 교사, 교육과정을 잘 이수하도록 하는 교사이기 이전에 스스로 다짐한 신념과 목표 그리고 욕구를 떠올려 본다. ‘나는 어떤 수업을 하고 싶었는가?’,  ‘내가 생각하는 평가는 어떤 것인가?’ 그런데 현실은 이러한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많은 교사들이 수업과 평가를 마무리한다. 일종의 행정적 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많은 교사들이 추구하는 수업 평가 혁신은 자신 안의 요구, 신념, 철학이 아닌 지침과 민원, 마감 등의 행위로부터 떳떳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가치를 규명하고 인간의 변화를 관찰•해석하는 행위로서의 ‘평가’가 아닌 나이스 입력을 위한 평가, 입시를 위한 평가에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 볼 일이다.     


  “의무 사항만 수행하다 보면 윤리적으로 칭송받겠지만 진정한 나의 일은 하지 못하게 된다. (중략) 프레데릭 뷔흐너는 직업에 대하여 좀 더 관대하고 인간적인 정의를 내렸다. ‘직업은 당신의 진정한 기쁨과 세상의 깊은 허기가 서로 만나는 장소이다.’” -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중     


  그렇다. 교사의 ‘수업’이라는 행위는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요구를 수용함과 동시에 자기 내면의 요구가 만남으로써 이뤄져야 한다. 교사에게 요구되는 규범과 사회적 변화만을 따르는 것은 자신에게 ‘나쁜 수업’이 될 것이다. 또한,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만 귀 기울인 나머지 외부의 규범과 요구를 무시하는 것도 ‘나쁜 수업’이라는 질책을 면하기 어렵다. 

 ‘나쁜 수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당당하게 주체간의 만남인 ‘나’뿐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념과 외부적 요구의 조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외부적 변화, 각종 규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그리고 교사들에게는 수업과 평가를 돌아볼 시간, 즉 일종의 성찰 행위가 필요하다.  그러나 김태현(2012)이 성찰한 바와 같이 우리에게는 수업과 평가를 성찰할 시간이 부족하다.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을 처리하다 보면 정작 자신의 마음을 살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학교생활 속에서 나를 돌아보고 나의 수업을 살펴볼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내 수업이 어디서 문제가 생기는지, 나는 지금 왜 힘겨운지를 돌아보지 않은 채 하루하루 버텨 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중     


 이 책은 많은 교사들에게 자신의 수업과 평가에 대해 성찰할 기회가 될 것이다. 사실, 이 책 대부분의 내용은 저자들의 실제 수업과 평가에 대한 성찰을 기초로 작성되었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이론적인 내용들도 자신의 수업과 평가에 대한 성찰 위에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평가 계획을 설계하는 일 역시 성찰을 통해서 이뤄질 것이다. 즉, 우리는 학생들의 변화를 기대하기 이전에 교사로서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학교 밖 수업과 평가의 변화 논리를 해석하고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2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에서는 모든 교사들이 학생평가 시 알아 두면 도움이 될 평가 관련 규정,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연계, 과정중심평가 등을 다루었다. 1장은 수업 및 평가 자율권을 요구하는 시기에 교사 스스로가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바탕이 될 것이다. 또한, 최근의 학생평가에서 강조되는 개념을 살펴봄으로써 학생들에게 보다 유익한 평가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방법을 탐색해 볼 것이다. 

2장에서는 현장에서 교사들이 간과하기 쉬운 학생평가의 이슈들을 다루었다. 서로 다른 교과의 저자들이 ‘고민-학습-실천-성찰’한 내용을 담고 있다. 2장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개념이며, 자신의 학생평가를 성찰해 볼 때 쉽게 발견될 수 있는 모습과 관련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오랜 시간 의례적으로 해오던 학생평가 행위들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변화를 위한 학습을 해 왔다. 그리고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변화된 행위에 자신감을 얻어갔다.   

   

  이 책을 쓰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동안 그토록 많은 평가를 했지만 자신 있게 평가 전문가라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한 탓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학교 여정을 걸어 온 저자들이 독자들과 만나고 싶었던 지점은 일방적인 정답의 전달이 아니라 학생평가를 둘러싼 학습과 실행의 과정이었다. 각각의 사례가 주는 행위의 결과보다 저자들이 발견한 고민과 학습 그리고 실행과 성찰의 과정에 초점을 두고 읽기를 독자들에게 권장한다. 그리고 주의의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맥락 안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책을 펴내며 누구보다도 선생님들의 수업과 평가에 열심히 참여하고 피드백을 해 준 우리 학생들에게 감사한다. 학생들은 늘 평가의 본질과 변화를 고민하게 한 주체들이었다. 그리고 학생평가에 대한 고민을 공식‧비공식적으로 함께 나눠 온 동료들에게도 감사한다. 저자들의 학교에서는 학생평가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종종 나타났다. 평가 관련 문제를 관습적으로 풀거나 숨기지 않고, 늘 공동으로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는 문화를 지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늘 깨닫게 하였다. 아마도 그것이 저자들을 끊임없이 학습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학생평가의 변화를 지원해 준 교장, 교감선생님, 교육청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 학생평가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지지하고 무한한 지원을 해 준 것이 저자들에게 큰 응원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 준 푸른칠판에게도 감사한다.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정보를 얻고자 하는 요구가 많은 현실에서 ‘진솔하게 성찰하고, 우직하게 실천해 보자’고 독려하는 책을 내기란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 역시 더디 가더라도 진솔하고 우직하게 가고자 하는 이들일 것이라고 확신해 본다.      


이 책을 시작하며 독자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본다.    

 

  “선생님은 어떤 수업을 꿈꾸었나요? 혹은 꿈꾸고 있나요?

   선생님은 어떤 평가를 꿈꾸었나요? 혹은 꿈꾸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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