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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M Mar 25. 2022

음...엄마한테 안길거야

의료적 처방전과 사회관계적 처방전

아이의 코로나 확진,

마지막 격리의 밤이 다가오고 있다.


처음엔 이곳, 저곳

아프다고 하소연했던 아이.

복통과 열감기가 한차례 있었지만

가장 힘든 건 갑작스런 격리로 인한

외로움이지 않았을까?


그래도

혼자 책보는 것도, 레고놀이하는 것도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했던 편이라

그럭 저럭 잘 버텨낸 듯 하다.


때론 애써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고는

격리된 문앞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며칠 뒤,

실제로 내가 아이의 입장이 되어보니

아이의 대수롭지 않음이

너무도 대수롭지 않게 느껴진다.


엄마가 가져다 준 식판을 앞에 놓고

말없이 홀로 먹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것은

아빠의 괜한 감상이었을까?


우리는

우리가 걸린 질병에 대해

의료적 처방전과 함께

사회관계적 처방전을 함께 받는다.


굳이 비중을 따지자면,

의료적 처방전은 자신을 위해

사회관계적 처방전은 우리를 위해

사용된 셈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의료적 처방은 자신의 몸을 통해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사회관계적 처방은 누군가의

의료적 예방으로 나타남과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관계적 결핍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느 날,

격리 동지가 된 아이에게 물었다.


"격리가 끝나면 뭘 제일 먼저 하고 싶어?"


아이는 쿨하게 답했다.


"음...

다른 건 별로 생각이 안나는데,

그동안 못했던

엄마한테 꾸욱 안기기 하고 싶어"



그렇다.

이 질병은  수많은 사람들이

의료적 처방과 관계적 결핍의

쿨한 맞교환을 통해 이겨내고 있는지 모른다.


어쨋거나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아이가 부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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