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융합수업에 대한 해석과 제안
이 글은 2022년 제3차 미래교육혁신학술포럼(서울대학교) 토론문 중 일부임을 밝힙니다.
실생활과 데이터, 데이터 기반 교육
우주가 무엇으로 구성되었는지에 관해 오래전 철학자들은 다양한 답을 해왔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신념과 소속한 학문 분야에 따라 그 답은 여전히 다양할 것이다. 만약, 데이터 과학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우주는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다.’고 답할 수 있다. 우주가 멈추지 않고 작동하는 한 무수히 많은 데이터가 생산되고, 이동하고, 가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가 생산하는 데이터 중 우리는 극소수의 데이터만을 인식하고, 수집하고, 활용할 뿐이다.
우주가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다고 전제한다면, 우리의 실생활은 곧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데이터 과학에서는 주로 양적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실생활 데이터에는 질적인 자료들도 포함되어 있다. 소위 컴퓨터가 좋아하는 데이터가 아닐 뿐, 실생활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들이 생산되고 있다.
최근, 데이터를 활용하여 수업하는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을 ‘데이터 기반 융합수업’이라고 표현한다. 아마도 데이터와 융합수업이라는 부분에 강조점을 둔 표현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실생활이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다는 논리에 동의한다면, 데이터 기반 교육은 곧 실생활 기반 교육이므로 융합적일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이유는 실생활이 특정 교과에 국한되지 않는 데이터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들이 수행하는 실생활 기반 프로젝트는 교과를 넘나드는 데이터가 수집되고 활용될 수밖에 없다. 이때, 다양한 영역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융합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데이터 기반 교육이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데이터들을 연결하고, 분석하고, 문제해결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융합적인 기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등교육에서는 개별 교과에서 두드러지는 기능요소가 있기 때문에 과목 간의 융합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능을 함양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데이터 기반 융합수업은 이러한 두 가지 측면에서의 ‘융합’이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생활이 다양한 데이터로 구성되어 있고, 데이터 기반 교육이 곧 실생활 기반 교육이라는 점에 동의하는가? 그리고 우리의 교육이 실생활과 분리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우리 교육은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을 수 없고, 데이터 기반 교육에 관해 연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학습환경과 교육과정이 재편성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과 데이터, 교사의 데이터 기반 수업 설계
학생들이 함양해야 할 데이터 활용 역량을 논하기 전, 교사의 수업은 데이터 기반 설계를 하고 있을까? 우리의 수업 설계는 얼마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가? 우리는 데이터 기반 교육을 하나의 수업 모델로서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교수환경과 교수설계의 현재를 점검하고, 개선방향을 찾아볼 계기로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각각의 수업에서 학생들이 어떠한 역량을 갖추었다는 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혹은 그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또한, 그 역량을 갖추었다는 것을 상/중/하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때의 역량을 성취기준으로 바꿔 표현해도 좋다. 현재, 우리 교육은 교육과정에 기반하여 수업과 평가를 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 및 분석하여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에서는 평가의 목적을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자료 제공과 학생 지도를 위한 것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주로 전자를 위해서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학생들이 생산하는 데이터가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교사가 그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해석하고, 환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학생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교사의 수업설계를 개선하는 형성적 기능을 할 것이다. 전통적인 교수설계모델에서는 대체로 이러한 형성적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 학교교육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다.
수년 전부터 강조되고 있는 과정 중심 평가는 곧 데이터 기반 수업 설계에 해당한다. 과정 중심 평가에서 ‘과정’은 학생의 학습 과정으로 풀이될 수 있으나, 다른 측면에서는 교사가 수집해야 할 데이터셋을 의미할 수도 있다. 특히, 성취기준을 국가 수준에서 정해놓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데이터 기반 교육을 단순히 하나의 사례로서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나아가 학계의 연구자, 현장의 실천가, 행정가 등은 데이터 기반 교육과 데이터 기반 설계를 위하여 학습환경 측면, 법제도적 측면, 교육과정 측면, 설계적 측면, 효과성 측면 등의 다양한 차원에서 연구와 실제를 만들어 가길 기대해본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