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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M Oct 17. 2022

협력적 수업 설계 가이드1

[프롤로그]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



학교라는 공간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참 많다.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가로 살아가는 분들과의 만남은 나의 목마름을 채워 가는 일이었다. 이들과 함께하는 일들은 비록 힘들지언정 늘 재미와 의미가 있었다. 뒤돌아 생각해 보니, 동료들과 교육에 대해서 토론하고, 공동으로 무언가를 해결해 가는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이 ‘교육자로서 살 아 있음’을 느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의 성장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을 위해서  협력적인 학교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는 그러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실천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러한 관심과 노력은 자연스럽게 수업 설계 및 실행 과정에서의  협력에도 반영되었고, 내가 속한 다양한 공동체에서 소박한 실천으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협력적 수업 설계가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자발적으로 모인 팀이지만 협력적 수업 설계 과정에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과 절차로 진행해야 하는지 고민될 때가  많았다. 개별적으로는 모두가 전문가지만, 협력해야 할 장면에서는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공동의 대화는 가급적 짧게, 각자의 역할 분담은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랫동안 협력적 수업 설계를 돕는 퍼실리테이터로서 전국의 선생님들을 만났지만 팀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설계와 실행을 마무리하는 단계까지를 안내하는 가이드가 부족함을 실감했다. 


이런 경험 탓이었는지, 덕분이었는지 결국, 협력적 수업 설계는 나의 연구 주제가 되었다. 협력에 대한 관심, 수업설계에 대한 관심, 미래교육에 대한 관심 등이 결합되어 협력적 수업 설계 모형과 구체적인 가이드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협력적 수업 설계를 진행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겠지만 이 책에서 제시한 가이드는 설계 팀이 고려해 볼 만한 내용들 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어떤 방법과 절차로 설계를 진행할 것이냐 는 팀이 선택할 몫이다. 


Hargreaves가 구분한 바와 같이, 교사들은 개인적 전문성 시대를 지나 협력적 전문성 시대, 포스트모던 전문성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학교 안팎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수업, 학습자가 중심이 되는 수업, 역량 기반의 수업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나는 그 해답이 교사들간의 ‘협력’ 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협력적 수업 설계를 통해 교사들이 요구받고 있는 복잡하면서도 어려운 새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학교 밖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난다. 그리고 협력한다.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다수가 협력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학교 안에서 협력적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일은 그리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Lortie는 오래전 우리의 교직 문화를 달걀판에 비유한 바 있는데, 현재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달걀판과 같은 모습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어요. 

협력적 수업 설계에 참여했던 한 선생님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협력적 수업 설계를 마무리하며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는 나의 메시지에 그 선생님은 ‘교사의 정체성’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답장을 보내온 것이다. 교사로 살면서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돌아보게 되 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세우기  어려운 구조를 탓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그 구조에 너무 익숙해진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협력적 수업 설계는 어째서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었을까? 협력적 수업 설계는 팀활동이다. 자신과 다른 생각과 경험을 지닌 동료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교육철학과 신념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의례적이고 반복적이었던 일상을 새롭게 만든다. 팀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교육대화들이 오고 간다. 교사로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지만 협력적 수업 설계를  통해 평범했던 일상을 재미와 의미가 넘치는 교육 대화들로 채워 가 면서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다시금’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선생님들께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니, 이 수업에 대한 흥미가 더 생겼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 꽤 많이 들었던 이야기이다. 수업의 질 외에도 선생님들의 협력 자체가 자신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것이다. 선생님과 학생들의 마음이 통한 것일까. 선생님들은 더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협력적 수업 설계를 했고,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그 마음을 읽고, 반응했다.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협력적으로 설계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체로 인지적 성취뿐만 아니라 정서적 만족감이 높았다. 


협력적 수업 설계에 참여한 선생님과 학생의 이야기는 협력적 수업 설계의 효과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그 속에는 협력적 수업 설계를 지속하게 만드는 무형의 동력이 내재되어 있다. 이 책에 소개된 협력적 수업 설계 가이드는 설계 팀이 무형의 동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길 안내이자 유형의 동력인 셈이다. 이러한 길안내를 완성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우선, 협력적 수업 설계라는 새로운 연구 여정을 안내해 주신 한국교원대학교 김현진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교수님께서는 현장에 필요한 가이드가 개발될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지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셨다. 또한, 협력적 수업 설계 모형과 가이드는 학계 혹은 현장의 여러 전문가분들께서 타당성을 검토해 주셨다. 그리고, 현장의 선생님들께서 직접 협력적 수업 설계 가이드를  활용해서 수업을 실행해 주셨다. 


협력적 수업 설계는 교육계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연구・실천 영역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실천을 통해 탄생한 이 책이 협력적 수업 설계라는 영역에 작은 조약돌을 쌓는 일이 되고, 현장의 선생님들에게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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