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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입사원 Jan 04. 2017

담장을 걷는 자

양지에 발을 딛고 음지를 주시하며

일과 돈벌이를 구분하는 순간, 나를 찾아오게나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저녁 식사자리는 주식 얘기로 꽃을 피웠다. 주식을 한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소액을 걸어 놓긴(?)했으니 나도 주식을 좀 한다고 말했다. 그날 처음 본 이분은, 주식용 휴대폰을 별도 소지하며 단타 위주의 투자 성향임을 밝혔다. 계좌를 보여줬는데 먼지 모를 항목에 무려 14억 원의 거래내역이 있었다. 4,5천만 원이 빠지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고 아무튼 무지막지했다.   


2011년, 해당 업계 1위라 하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 공채로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대학교 후배 녀석에게 보험을 들었다. 변액유니버설종신보험. 매달 20여만 원을 꼬박꼬박 헌납하고 있다. 운용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뭐 그런 건데, 주기적으로 석 달인가만에 오는 보고서에 따르면 수익률이 1퍼센트도 채 안된다. 물론 투자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만, 쨋든 이 정도는 나도 하겠다는 생각에 증권계좌를 파 몇 번 해보았다. 주워들은 얘기로는 코스닥에서 가치주를 발견하고 적금들 생각으로 오래 보고 투자하라는 것. 그런데 그날 만난 이 아재의 말은 달랐다.


"5억 이상을 굴릴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말입니다"

우리 같은 월급쟁이가, 부자가 되는 법을 아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3년 내 10억을 벌고, 10년 내 30억을 벌겠다고 했다. 주식으로만. 월급은 월급이고 주식으로 그렇게 벌어 노후를 대비하겠다는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투자한다고 했다. 일은 일이고 돈은 돈이라는 얘기는 이쯤에서 나왔다. 월급쟁이의 로망은 연봉 1억인데, 연봉 1억 원이면 한 달에 660만 원 정도 통장에 꽂히고 이중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이자와 원금, 자녀 교육비, 생활비, 자동차 유지비 등이 지출되면 한 달에 200여 만원 저금하기도 빠듯하단다. 특히 연봉 1억 원 정도 받는 월급쟁이라면 통상 회사의 부장급 이상인데 씀씀이가 대리와 같겠냐는 것. 한 달에 200만 원이면 1년 꼬박 모아 2400만 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 나이를  50으로 잡으면, 연봉 1억 원으로 몇 년을 일할 수 있을까.


공부를 열심히 해 차트를 볼 줄 알고, 인맥이 좋아 정보가 많고, 함께 하는 믿을 만한 그룹이 있다면 해볼 만한 것이라고 했다. 자금 여력이 없는 일반 월급쟁이가 부자가 되는 법. 일과 돈을 명확히 구분하고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일과 돈으로 갈라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정확히 볼 줄 안다는 전제와 확신이 들면, 대출을 해서라도 주식을 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니라고 했다. 단, 묻지마 투자나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의 투자는 절대 금물이라는 말도 함께.


규제에 발 묶인 스타트업을 볼 때마다 답답했다. P2P로 몰리는 핀테크니, 수수료 베이스의 플랫폼서비스니, 공유경제로 귀결되는 운송이니 규제의 덫에 걸려 피곤해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아왔다. 사실 없던 것을 새로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빨대를 찾은 당국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손 떼를 묻힐 궁리를 할 것이다.

담장을 걷는 자가 성공한다는 말. 양지와 음지를 갈라놓은 담장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며 양쪽을 모두 보는 것. 음지의 내용을 수집해 양지에서 플레이하는 능력. 이게 인사이트고 사업수완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모든 스타트업은 담장을 걷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날 만난 이 아재 역시 담장을 걷고 있었다. 개인의 삶에서 개인의 영역에서 담장을 쌓아 이쪽과 저쪽을 주시하며 생존의 돌파구를 만들어 갔다. 담장길의 끝은 반드시 성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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