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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입사원 Jan 04. 2017

비즈니스에 술이 필요한 이유

영업의 시작과 끝은, 다른 게 아니야. 술자리에서의 톤 앤 매너가 결정적인 결정 요소가 되는 꼴을 많이 봤어

 전부는 아니겠지만 술은 사람 만남에 있어 일정 부분 중요 요소가 된다. 어떤 목적이 있는 만남에서는 더 크게 작용한다. 순수한 예로, 절친 이군은 숱한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과 그렇지 않은 이성을 '맥주 한잔 가볍게 하실래요?'라는 멘트로 구분한다. 순수하지 않은 예로, '모든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는 무시무시한 문장에서 알 수 있다. 밤에 술이 빠질 리 만무하다.


'술 한잔 하실래요?'라는 말은 언제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매직과 같다. 친구가 제안하면 친구라서 좋고, 애인이 제안하면 애인이라 좋고, 거래처 사람이 제안하면 거래처 사람이라 더더욱 좋고, 동료가 제안하면 동료라서 좋고, 기자님이 제안하면 기자님이라 더더 더욱 좋고, 대표님이 제안하면 대표님이라 완전 배리 땡스 좋고. 사실 엄빠가 제안하는 것 빼고는 다 좋다. 엄빠와의 술자리 자체가 싫다기 보단, 엄빠와의 술자리는 재미가 없다.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술 얘기가 나왔다. 사업을 꾸리며, 영업을 하며, 누군가와 만나며 겪은 술의 어마 무시한 위력 경험담들이 쏟아졌다. 과거 다니던 회사에서 막내 시절 들었던 경험들을 나의 이야기인 듯 각색해 몇 수저 나도 보탰다. 기억나는 명장면 중에는

"떡실신이 되어 집에 왔는데 가방에 계약서를 보니 아침에 해장이 절로 됐다"

"경쟁사로 넘어가겠다는 대리점 사장과 밤 새 술을 먹고 계약 연장을 했다"

"1달을 끌던 수천 만원 짜리 계약서 사인이 술자리 한 방으로 해결됐다"

"클럽에서 만난 그녀와 술자리 한 방에 ㅁㅂ;ㅐㄱ려ㅑㅗㄼㅁㄱㄷ;ㅎ"

등이 있었다. 참고로 모두 남자들이다. 성인 남성 2명만 모이면 19금 얘기는 필수코스. 그랬다.


술자리에서 술은 도구다. 상대방과 내가 교감하는 도구. 일로 만난 사람과의 술자리는 '술을 마신다'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 술자리의 제안과 승낙이라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 이 사람과 나는 이제 술 한잔 할 정도는 되는구나' '아, 술자리 제안을 하는 걸로 봐서 나에게 그래도 호감이 있거나 할 말이 있구나' '아, 술자리 제안을 흔쾌히 받아 주는 걸로 봐서 나와의 관계 유지에 관심을 갖고 있구나' 정도의 제스처 혹은 메시지를 받고 줄 수 있다. 또 술'자리'에서 나오는 의중과 평소 하지 못했던 말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온 말을 전하는 톤 앤 매너. 이게 핵심 포인트가 된다. 술 상대와의 업무는 웬만하여서는 술자리 전에 일로 마무리가 되어야 하고, 술자리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화려한(?) 무대 정도로 삼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분 좋게 사인을 받아내는 그런 무대. 주인공인 상대방을 조명하는. 이때 나는 조연이 아니라 기획자가 되어야 술자리의 의미가 빛을 발한다.


김제동 형이 옛날에 어떤 강의에서 술을 찬양급으로 묘사한 것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핵 공감. 내용인즉슨, 술을 세계 5대 성인 반열에 올려야 한다. 술은 주(술 주)님이시다. 술은 신이 갖추고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첫째, 술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어디에나 계신다. 둘째, 때를 기다린다. 셋째, 희생한다. 넷째, 기적을 행한다. 다섯째, 정화시킨다. 여섯째 무아지경의 경험을 준다. 일곱 번째, 낮은 곳을 향한다. 여덟 번째, 부활한다. 다만, 너무 오래 깊이 심취하거나 광신하면 안 된다.

이런 언어의 연금술사 같으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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