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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이름표... FOB이라는 꼬리표

우리끼리의 차별, FOB (Fresh off the boat)에 대해

by Fresh off the Bae
A: 걔는 좀 퐙(fob)스러워.
나: Fob? 그게 뭐야?
A: Fob 몰라? 우리 같은 사람들!
보통 한인 2세 그룹들이 우리같이 영어 잘 못하고, 미국 문화 잘 모르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이야.


미국으로 온 지 4년 만에, Fob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다. 친구의 나긋나긋하고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기분 나쁜 분노가 치밀었다.


아니,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며, 멜팅팟이라 불리는 미국 아니던가. 심지어 다른 인종이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같은 한국이라는 같은 민족성, Ethnicity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를 깔보고 무시한다고 생각하니 더욱더 분노가 치밀었다.


내 기준에서 그들은 미국이라는 국가에 나보다 좀 먼저 와서 이 나라에 적응을 했을 뿐, 같은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byung-kwan-lee-RuMM4LPp1i8-unsplash.jpg Photo by Byung Kwan Lee on Unsplash

그도 그럴 것이, 뉴스에서 LA 한인타운에 나쁜 일이 터졌다고 하면, "아이고 어쩌나..." 하고 다른 인종이 아닌 한인들을 걱정했고, 버지니아 공과대학교의 "조승희 사건"이 터졌을 때도, 이역만리 한국에 있는 우리는 조승희와 같은 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치스러움과 죄책감까지 느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클로이 김의 소식에 우리나라 금메달이 아닌데도 자랑스러워하고 환호했다.


내 입장에서 그들은, 한국인의 핏줄을 이어받은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먼저 와서 적응한 그들에게, 우리들은 그저 Fob이었을 뿐이었나 보다.



Fresh Off the Boat (FOB): 배에서 막 내린 이민자, 특히 현지 문화나 트렌드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비슷한 배경을 가진 FOB들과 어울리며 익숙한 문화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그만큼 다른 문화나 사람들과의 교류는 줄어들기도 한다. - Urban Dictionary 번역
alma-pLx41X9pTl4-unsplash.jpg Photo by ALMA on Unsplash


어느 날 한인 교포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를 듣던 도중 이제는 익숙한 용어인, fob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들은 아시안이 아닌 다른 인종들은 fob이라는 용어를 잘 알지 못한다며, 그들 역시도 놀라워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개의 시즌이 나왔던 인기 미드, Fresh off the Boat도 아시안인 대만계 미국인 작가 에디 황(Eddie Huang)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Fob이 뭔지 알아?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계인 나의 보스에게 물었다. 왜 유독 아시안들에게만 이런 차별이 존재할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던 차였다. 처음에는 갸웃갸웃하던 나의 보스는 혹시 Fresh Off the Boat를 얘기하는거냐며, 굉장히 derogatory, 모욕적인 용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히스패닉계에서도 이런 이민자들을 부르는 용어가 따로 있다며, 차별은 어딜 가나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는 이런 용어들이 몇 개 있다. 미국 문화에 대해 잘 모를 때에는 F로 시작하는 단어가 가장 심한 욕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보다 더 한 용어는 따로 있었다. 아프리칸 아메리칸을 지칭하는 용어인 Nigger인데, 이 욕을 직접 말할 수가 없으니 일반적으로 N-word라고 완곡히 표현한다. 아프리칸 아메리칸들 사이에서는 N-word를 쓰면 자기네들끼리 하는 장난으로 넘길 수 있지만, 다른 인종이 이 용어를 사용한다면 막말로 총싸움이 날 정도로 모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욕이 된다.


그러고 보면 인종차별이든 문화차별이든, 차별의 의미가 담긴 말은 단순한 욕설보다는 더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체성과 자존감을 갉아먹어 더 깊고 날카로운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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