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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b vs Twinkie (이민 1세 vs 2세)

그들은 왜 그렇게 서로를 조롱했을까?

by Fresh off the Bae

내 남편은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온 1.5세 한인이다. 이곳 한인들은 보통 1세, 1.5세, 2세로 나뉜다. 1세는 나처럼 성인이 되어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 2세는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 1.5세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이다.


내가 여태껏 만나본 1.5세들은 영어가 더 편하지만, 한국 문화에 어느 정도 노출되다 보니 한국어를 나름 유창하게 쓰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는 부모님이 한국인이어도 좀 더 미국인으로 자라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개개인이 얼마나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느냐, 가정 내에서 얼마나 한국어를 많이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말이다.

ibmoon-kim-aE0cs1HtBgA-unsplash.jpg Photo by ibmoon Kim on Unsplash

지금은 유창한 한국어를 쓰는 1.5세인 남편도, 학창 시절엔 한... 1.8세쯤(?) 됐던 것 같다. 그런 남편에게 물어봤다.


2세들은 도대체 왜 Fob들을 그렇게 싫어했어?


그의 설명은 이렇다. 그들의 눈에 fob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왔음에도 미국에 융화되지 않으면서 한국어만 하고 한국인 친구들과만 어울려 다니는 게 이상해 보였단다. 게다가 옷 입는 것도 다르고, 말하는 것도 다르고, 문화도 너무 달랐다는 것.


예를 들자면, 나 학교 다닐 때 티셔츠랑 신발 끈 색깔을 맞추는 게 유행했었어. 그럼 모두가 그러고 다니는 거야. 근데 어떤 새로운 애가 왔는데, 유행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 처음 보는 스타일의 프린팅 티셔츠에 처음 보는 스타일의 백팩을 메고 다녀. 이상한 거지 그냥!


우리 모두 겪어보지 않았나. 그 질풍노도의 시기. 패션 하나 하나에도 얼마나 신중할 때인가.

ummano-dias-bxp6MjHuqQs-unsplash.jpg Photo by Ummano Dias on Unsplash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같은 반에 우리와 생김새가 다른 외국인이 전학왔으면 어땠을까 하고 상황을 대입해봤다. 물론, 처음에는 호기심이 생겼을 것 같지만, 생각도 너무 다르고, 옷 입는 것도, 행동도 달라 친해지기 어려웠을 것 같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오히려 멀리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인이자 fob인 나로서는, 한국인들의 입장을 더 이해할 수밖에 없다. 아니, 누가 영어 못하고 싶어서 안 하나? 미국 문화를 모르고 싶어서 모르나? 그렇다고 사춘기 시절에 친구하나 없이 지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나 같아도 무시당하기 싫은 마음에 2세들과는 어울리지 않으려고 했을 것 같다.


재밌는 건, 한국인 그룹들도 이들 2세 그룹을 Twinkie라고 부르며 조롱한다는 것.

charlesdeluvio-YSq5bu8BCZo-unsplash.jpg Photo by charlesdeluvio on Unsplash

Twinkie는 미국판 커스터드 느낌의 스낵으로 노란 스펀지케이크 안에 하얀 크림이 들어가 있다. 겉은 노란 아시안임에도 속은 하얀, 백인들의 사고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2세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물론, 이렇게 서로 조롱하고 비하하는 건 사춘기 시절에 국한되는 것 같다. 성인이 되면서 차별이나 놀림이 줄어들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좀 더 성숙해지는 거지.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것이 아직은 서툰, 인간의 본성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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