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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음식점 적응기 ②: 커스터마이징은 기본이라고요?

한국인의 ‘눈치’가 필요 없는 미국 주문 문화

by Fresh off the Bae
벤티 사이즈 아이스 아몬드 밀크 라테 하나에 슈가프리 바닐라 시럽은 2 펌프, 캐러멜 시럽은 1 펌프 넣어주시겠어요? 얼음은 많이, 거품은 빼주시고, 휘핑크림은 살짝만 부탁드려요. 벤티 컵에 넣어주시고, 양은 컵의 4분의 3까지만 넣어주세요. 컵은 두 개 겹쳐주시고, 뚜껑에는 스토퍼 꽂아주시고요.


물론, 이건 아주 극단적인 스타벅스 주문 예시다. 하지만 정~말 많은 미국인들이 커피뿐 아니라 음식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한다.


너츠는 빼주시고요, 맵기는 좀 마일드하게, 실란트로는 엑스트라로 좀 넣어주시겠어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미 서부 패스트푸드 체인인 인 앤 아웃(In-N-Out)에서는 기존 메뉴판에 없는 Secret Menu 시크릿 메뉴가 유명하다.


Photo by Ava Tyler on Unsplash

공식 메뉴는 몇 가지 없어 굉장히 단출한 편인데,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조합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Three-by-Three (3 by 3):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이자 메뉴판 가장 위에 적혀있는 Double-Double은 패티 2장에 치즈 2장이 들어가는 메뉴다. 그럼 3 by 3는 뭐냐? 패티 3장에 치즈 3장이 들어가는 거다. 만약 더 많은 패티와 치즈가 필요하다? 그럼 4 by 4, 5 by 5 등으로 바꿀 수 있다.

Grilled Onion (그릴드 어니언): 버거에 들어가는 생양파 대신 잘게 다져 구운 그릴드 어니언을 넣을 수 있다.

Animal Style Fries (애니멀 스타일 프라이): 감자튀김 위에 치즈와 그릴드 어니언, 스프레드(인 앤 아웃 특제소스)를 얹은 버전으로, 메뉴판에는 없지만 굉장히 유명하다.

Flying Dutchman (플라잉 더치맨): 빵 없이 패티 2장 사이에 치즈만 끼운 메뉴로, 저탄고지 다이어터들에게 인기다.

Protein Style (프로틴 스타일): 빵 대신 양상추로 감싸주는 버거로, 탄수화물을 줄이고 싶은 다이어터들이 선택한다.


이 얼마나 다양한가. 처음에는 도대체 이 사람들은 왜 이런 걸 만드나... 그리고 그냥 있는 걸 먹으면 되는데 왜 저렇게 메뉴를 바꿀까...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줄 서있으면 앞에 사람들이 직원들과 스몰톡을 하면서 이건 어떠니 저건 어떠니 하고 얘기를 하다 보니, 주문받는 시간도 굉장히 길어진다. 그럼 우리 같은 '빨리빨리'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은 속이 터지는 거다.


한국에서는 메뉴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한다는 개념 자체가 별로 없다. 물론, 어떤 게 좋고 나쁨은 없다. 이 또한 문화이기에. 하지만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 아직도 커스터마이징 하는 게 '까다로운 진상 손님'으로 비칠까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워낙 개인주의가 강하고 개인의 자유가 중시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누구도 그 요구들을 까다롭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눈치 줄 일도, 받을 일도 없다. 반대로 한국은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 성향이 더 강하고, 조화를 중시하며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다. 그래서 사회가 정해놓은 방식대로, 주어진 선택지 내에서 결정하는 게 익숙한 게 아닐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최근 나의 스타벅스 커피 주문이 살짝 까다로워졌다. 워낙 커피를 좋아하는데 커피만 마시면 심장이 두근대는 바람에 약간의 조정이 들어간 것이다. 보통 나는 스타벅스 앱으로 주문 하는데 커스터마이징이 아직은 불편한 나에게 앱은 상대방을 볼 필요가 없으니 굉장히 편하다.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건 덤.


일단 기본 커피 사이즈는 톨, 그란데, 벤티인데, 톨 보다 작은 사이즈를 쇼트(Short)라고 한다. 이걸 그란데 컵에 넣어달라고 하고, 물을 추가해 달라고 하면 아주 아주 연한 커피가 되는 거다. 하지만 물이 너무 많으면 이동할 때 뜨거운 물이 넘쳐 다칠 수 있으니 Light Room을 달라고 하면 물이 넘치지 않게 적당히 넣어준다. 거기에 Half & Half 크림을 약간 넣어달라고 하면? 완벽 내 스타일 커피가 완성된다.


옆에서 이걸 보던 남편은 코웃음을 쳤다.

Photo by E Hillsley on Unsplash


보통은 아주 달달하고 맛있는 자신만의 커피나 음료를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주문하는데, 나는 아주 심플한 커피 하나를 위해 이것저것 디테일을 따지는 중이다.


이 정도면 미국 생활 잘 적응하고 있는 거 아닌가?

Photo by Clay Bank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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