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국에서는 왜 빵을 bread대신 크루아상이라고 말할까

빵 = 크루아상이라는 말은 아님...

by Fresh off the Bae
나: 나 어제저녁으로 빵(bread)을 먹었어.
A: 음...
나: (뭐지... 이 반응은?)


내가 빵이라는 단어, bread를 쓰면 미국인 직장 동료들의 반응은 항상 약간 뜨뜻미지근했다. 뭐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부정적인 뜨뜻미지근은 아니었다.


나: 우리 이벤트에 빵(bread)을 좀 주문해서 게스트들 먹을 수 있도록 할까?
A: 흠... 어떤 bread를 말하는 거야?
나: 아니 뭐... 우리 항상 오더 하는 거 있잖아.
A: 아, pastry 말하는 거야?
나: (흠... bread라고 했으면 뻔한데 왜 물어보는 거지?)


이런 상태로 몇 년이 지나던 어느 날, 갑자기, 정말 갑자기, 미국인 동료들이 빵이라는 단어에 bread를 쓰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 아니, 그러고 보니 한 번도 bread를 쓰는 걸 들은 적이 없다.


미국인들은 빵을 말할 때 bread를 쓰지 않아?

conor-brown-sqkXyyj4WdE-unsplash.jpg Photo by Conor Brown on Unsplash

남편에게 물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이었는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런 것 같다는 거다.


bread 뜻이 사실 너무 광범위해. 크루아상이면 크루아상, 페이스트리면 페이스트리, 베이글, 바게트... 뭐 이렇게 미국인들은 구체적인 빵의 종류에 대해 말하는 편이야.


물론 우리도 단팥빵, 크림빵, 밤식빵, 소금빵, 크루아상 등등 빵의 종류에 대해 잘 알고, 얘기도 하곤 하지만, 보통은 이들을 큰 범주로 묶고 있는 '빵'이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많이 쓴다.


어제 내가 빵을 먹었는데, 그 빵이 소금빵이라고 하더라고. 그렇게 짭짤하면서도 쫄깃하고 맛있는 빵은 처음 먹어봤어.

이렇게 말이다.


사실 처음에는 미국인들이 왜 저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쩌면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말하기'가 그들의 당연한 표현 방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bread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구체적인 말하기 방식은 유독 '빵'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I had soup 보다는 I had clam chower.

I got a drink보다는 I got a matcha latte.


라고 말하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다.


왜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하는 걸까?


이유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그저 이것도 하나의 문화 차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는...


다만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미국은 개인주의가 강하고, 개인의 자유와 선택이 매우 존중되는 사회다. 그래서 간혹 그들의 말이나 태도가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각자의 성격이나 취향, 견해의 다름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문화다.


그리고, 그들은 모호함보다는 구체성을 선호하는 것 같다. 대충 뭉뚱그리거나, 돌려 말하기보다는 좀 더 직설적인 화법을 추구하는 것.


처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선생님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우리는 서두에 원인과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말하잖아? 그래서 한국인 말은 끝까지 들어보라고 하지. 근데, 미국은 중요한 얘기를 가장 먼저 해야 돼.


그러다 보니 그들의 화법이 우리보다는 좀 더 직설적이게 느껴질 수도 있고, 자기 취향을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기본 값이 된 것일지도...


결국 내가 (혹은 우리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데에서 약간의 간극이 발생하면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빵 하나로 커뮤니케이션을 논하기엔 너무 멀리 온 것 같지만, 사실 미국인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그 간극이라는 게 미묘하지만 눈치챌 수 있는 상황들이 온다. 이번 경우처럼...


내가 'bread'라고 뭉뚱그려 말할 때, 그들이 어리둥절했던 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어떤 선택지가 들어있는지 몰라서'였던 거다.


소통의 차이는 때로는 단어 하나에서 시작되고, 그 차이를 이해하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국 음식점 적응기 ②: 커스터마이징은 기본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