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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는 정말 위험한가요? 현지인이 말하는 미국 치안

LA 밤에 걸어 다니지 마세요!

by Fresh off the Bae

때는 10여 년 전, 미국 인턴으로 LA에 오게 되었을 당시다. 주위 모든 분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말씀해 주셨다.


밤에 걸어 다니지 마. 큰일 나!


나 근데 아직 차가 없다고요...


fa-barboza-yRB81uWKK-M-unsplash.jpg Photo by Fa Barboza on Unsplash

사실 미국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미국 치안은 나의 큰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장기 숙소를 찾고, 회사에 적응하고, 운전면허를 따는 게 우선순위였기 때문이다. 마음 한 켠으로는 미국은 선진국 중의 선진국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고, '위험해봤자 얼마나 위험하겠나' 하는 무지 속의 안일함이 있었다. 총기 소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일부 위험한 곳에만 국한된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자동차가 아직 없어 버스 타기와 걸어 다니기를 시전 하는 나에게 주변 회사 분들은 자꾸 걸어 다니지 말라고 조언했다. 심지어 한 동료 분은 아내와 함께 밤에 잠시 동안 길을 걷게 되었는데, 그 잠깐 사이 총을 소유한 사람과 마주쳐 혼비백산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셨다.


내가 마침내 'LA는 생각보다 위험하구나!' 하는 인식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LA는 위험하다. 물론, 번화가는 늘 사람들로 붐비고 당연히 걸어 다니는 사람도 많다. 나도 한인타운 한복판은 자주 걸어 다녔다. 하지만 걷다 보면 홈리스도 자주 마주하게 되고, 약에 취한 사람들, 약을 거래하는 사람들까지 흔하게 볼 수 있어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드는 건 아니다.


심지어 대도시이다 보니, 사건 사고도 많다. 한인타운과 남쪽으로 붙어있는 South LA, 캄튼, 이런 지역들은 특히나 악명이 높다. 이곳은 절대로 밤에 혼자 걸어 다니지 말아야 한다. 번화가든 번화가가 아니든.


한국에서 LA로 여행 오는 친구들에게도 항상 당부한다. LA가 생각보다 위험하다고. 특히 그들은 자동차가 없고, 늦게까지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데, 내가 처음 미국에 가졌던 선입견처럼, 안전에 대한 자각이 다른 위험 국가만큼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슨 전쟁국가처럼 위험하다는 말은 아니다... 한국보다는 위험하다는 말이다.ㅋㅋ)


홀리데이 시즌이면 경찰들은 늘 당부한다.


귀중품을 자동차에 두고 내리지 마세요. 중요한 물건이 있다면 트렁크에 보관하세요. 선물을 사고 자동차에 싣는 사이에도 절/강도 사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히, 랩탑이나 가방 등을 차에 버젓이 보이게 놔두고 자리를 비운다면, 작정한 강도나 도둑들은 자동차 유리를 깨고 귀중품들을 훔쳐 간다.




귀중품들은 차에 두고 내리셔도 됩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나는 미국인 직원들 여럿을 이끌고 한국에 출장을 왔다.


회사 승합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자동차에서 타고 내리는 일이 여건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직원들 모두 여기저기서 구매한 물품들이 많았는데 그걸 들고 차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꽤 힘들어 보였다. 그걸 본 한국 직원분은 지친 그들을 위해 "귀중품은 차에 두고 내리셔도 됩니다."라고 말해준 거였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아무도 가방을 차에 두고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amanda-sofia-pellenz-YuidWzM37C0-unsplash.jpg Photo by Amanda Sofia Pellenz on Unsplash


미국인 직원들이 "아니 내 가방을 왜 여기 둬? 누가 훔쳐 가면 어쩌려고?"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제야 나는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던 이들에게 웃으며, 설명했다.


한국은 비교적 안전한 나라여서, 자기 자동차 안에 가방을 두는 것을 안전하다고 여겨요. 커피숍에 가면 우리들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러 가기 위해 가방이나 핸드폰 등을 테이블에 둬요. 근데, 훔쳐 가지 않아요. 그냥 누가 그 테이블을 먼저 잡았다고만 생각하죠.


이런 설명을 하는데, 문화 충격을 받아들이는 그들의 얼굴을 보고는 나름 뿌듯했다고 해야 하나? 이제야 느껴지는 한국의 치안 수준.


물론, 지역마다 위험 수준이 다르고, 아무리 안전하다고 하는 곳을 가더라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LA로 여행을 온다면 "밤에 혼자 돌아다니지 말기, 한국처럼 자리 잡는다고 귀중품을 테이블에 놔두지 말기, 자동차 안에도 귀중품들을 보이게 놔두지 말기" 등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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