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나의 타코 입문기
남편과 연애 초반, 그는 집 앞 푸드 트럭에서 '타코'를 사 오겠다고 했다.
엥? 푸드 트럭? 흠... 아직 우리 그래도 연애 초반인데, 푸드 트럭은 좀... 그렇지 않나?
미국의 푸드 트럭은 종종 한국의 포장마차로 비유되곤 한다. 포장마차는 야식, 소주, 안주로 회포를 풀고 노동 후 고단함을 털어내는 경험이 주는 고유의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당시의 나에게 푸드 트럭은 한국 시장의 길거리 음식을 떠오르게 했고, 타코를 사 온다는 말은 시장에서 분식류를 포장해 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어릴 적 방과 후 시장에서 떡볶이와 어묵 꼬치, 튀김을 먹으면서 자라온 세대라, 그 음식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학창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길거리 음식에 대한 무게는 당시의 나에게는 좀 달랐다.
남편과 연애하기 전까지 나는 푸드 트럭 음식을 사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인타운 근처에는 마치 라틴 아메리카를 연상케하는 스트릿 벤더(길거리 음식 상점)들이 즐비한데, 그 큰 도로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번화가에서 음식 재료를 야외에 전시하듯 내놓고, 직접 요리하는 것이 아주 깨끗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부분은 멕시칸 푸드였는데, 나는 멕시칸 음식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없었다.
그렇게 나 혼자만의 경계심이 있었던 터라, 남편의 제안이 내심 반갑지는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 푸드 트럭이 LA의 음식 문화에 있어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LA뿐만이 아닐 거다. 미국 전역의 푸드 트럭은 각 도시의 문화와 개성을 가지고 있어 그 도시를 이해하는 하나의 창이 되기도 한다.
타코 트럭 '타코'와의 첫 만남
처음 먹게 된 푸드 트럭의 타코. 그야말로, 어. 메. 이. 징!이었다.
아니 타코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어?
특히 약간의 양념이 된 부드러운 돼지고기 알 파스토 Al Pastor는 내 입맛에 딱 맞았다. 거기다 미국 오기 전에는 입에도 대지 않았던 실란트로와 잘게 썬 양파를 토핑으로 듬뿍 뿌리고, 라임을 약간 쥐어짠 후 매콤한 초록색 소스인 살사 베르데와 핫소스까지 적당히 뿌려, 조그마한 타코가 터져나갈 듯이 말아 한 입 베어 먹으면, 그야말로 천국의 맛인 거다.
항상 "나 두 개만 먹을 거야!"라고 하지만, 남편은 네 개씩 사 왔다. 내가 말과는 다르게 더 먹을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 이후 나는 타코에 완전히 빠지게 됐다. 어느 날은 타코가 너무 먹고 싶은데, 내가 좋아하는 타코 트럭이 저녁이 늦도록 오픈을 하지 않았다. 너무 먹고 싶었던 우리는 차를 타고 동네를 몇 바퀴 돌면서 어떤 타코 트럭 음식이 맛있을지 토론했던 적도 있다.
우리의 최애 타코 트럭처럼, 보통 타코 트럭은 밤 느지막이 문을 여는데, 이는 원래 그들이 이민 노동자, 밤근무자, 야간 드라이버 등을 주요 고객으로 삼기 때문이고, '하루를 마친 사람들이 마주하는 진짜 한 끼'라는 인식도 있기 때문이란다.
남편은 20대 한창일 때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클럽에서 놀다 나오면 항상 타코를 먹었다고 한다. 타코 트럭들은 밤늦게까지 열심히 놀고 허기져있는 젊은이들도 타깃으로 삼아 번화가 술집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LA에서 핫한 푸드 트럭이라면 단연 타코겠지만, 굳이 종목을 가리지는 않는다. 버거나 샌드위치류, 필리핀 음식들, 아시안 퓨전, 디저트류까지 분류를 나눌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젊은 셰프들에게는 창업의 첫 무대가 되기도 하고, 손님들에게는 각종 축제나 이벤트, 야시장 등에서 낯선 음식을 맛보고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직 다른 도시와 주를 많이 여행해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그 도시에서 인기 있는 푸드 트럭들을 들러보고 싶다. 음식이 곧 각 도시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커버이미지: Photo by Krisztian Tabori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