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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ug 06. 2020

쿠바 코로나 일기_프롤로그

쿠바에 관광비자로 삽니다


나는 공식적으로는 관광객이다. 하지만 쿠바에 산지 일 년 반이 넘었다. 많은 해외 장기 체류자들이 그렇듯 관광비자로 해외에, 쿠바에 사는 셈이다. 쿠바는 관광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의 경우 매달 비자를 연장해야 한다. 그리고 90일이 되면 쿠바를 떠나야 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매달 비자를 연장하면 또 90일을 체류할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딱히 이런 방식으로 재입국하면 안 된다고 법적으로 규정된 것은 없다. 비자 연장 시 여행자보험과 까사 영수증, 그리고 인지(25쿡=25달러)와 입국 시 받은 투어리스트 카드, 아웃 티켓이 필요할 뿐.


쿠바 화폐 쿡cuc (외국에 들고 나가면 그냥 종이)
콜롬비아에 다녀올 때 자주 이용하는 윙고에어


그렇게 3개월에 한 번씩 멕시코나 콜롬비아와 같은 쿠바 인접 국가를 다녀오거나 한국을 다녀오며 쿠바에서 살았다. 인접 국가에 다녀오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쿠바에서는 전혀 구할 수 없는 한국 식품을 사 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바나 대학교의 어학원에 등록하면 학생비자가 나온다. 체류를 위한 수단으로 어학원 등록을 하고 비자를 받은 후 거의 등교하지 않는 외국인도 있다. 내가 쿠바에 사는 이유가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함은 아니기에 그건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 등록비에 대한 금전적인 이유가 컸지만;;

어쨌든, 영주권자나 학생비자를 받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모든 관광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은 이렇게 해야 한다.


3월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비자 만료일을 앞두고 콜롬비아에 다녀왔다. 매번 입국 전에 아웃 티켓을 사 두기 때문에 전부터 예고된 여행이었다.


쿠바에서 콜롬비아로 이동할 당시 이미 코로나가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였다. 여기저기 사재기가 시작되어 콜롬비아에 있을 때도 마트에 사람들이 넘쳐났었다. 게다가 이미 손세정제와 마스크가 이미 동났을 때였다.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 군데 넘는 약국을 돌아다니다 겨우 휴대용 손세정제를 살 수 있었다.


내 인생 그렇게 쿨하게 전부 다 사겠다고 했던 적이 있었을까?


“이거 다 주세요!”


콜롬비아에서 어렵게 구한 손 세정제


콜롬비아 칼리에서 4일 정도, 보고타에서 3일 정도 있었다. 칼리에 있었던 시간에도 살사 클럽이나 펍 같은 곳을 가지 않았다. 콜롬비아에 들어온 지 14일이 지났다는 것을 증명해야 입장이 가능한 클럽이 많았고 괜히 갔다가 코로나에 걸려서 개고생 하기 싫은 이유도 있었다.


콜롬비아 친구들과 가게 맥주집 같은 곳에서 맥주 마시며 길에서 살사 추는 것으로 족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다시 쿠바로 향했다.


콜롬비아 입국일 : 3월 11일

쿠바 재입국 일 : 3월 17일


이미 내가 콜롬비아에 간 지 이틀 정도 되었을 때, 쿠바 트리니다드에 첫 코로나 확진자가 생겼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은 이탈리아 관광객이었다.


“공항에 얼굴 시뻘게져서 콜록거리는 유럽 사람들 본 적 있어요.”


이미 전에도 아바나 공항에서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 걸린 것 같은 유럽 사람들을 봤다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곧 코로나가 쿠바에도 들어오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쿠바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결국 들어온 것이다.


콜롬비아에서 쿠바로 들어가는 날, 쿠바 공항에서 입국 도장을 받기 전까지 혹시나 쿠바로 재입국이 안 될까 노심초사했지만 다행히 무리 없이 들어올 수 있었다.


쿠바 아바나 잉글라테라 호텔 (코로나 팬데믹 전)


쿠바로의 입국, 그 후로 4개월 넘는 기간 동안의 쿠바에 체류하는 동안의 일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여전히 지금도 아직도 쿠바에 있다는 것은 안 비밀.

음식 해 먹는 이야기 위주라는 것은 비밀.


쿠바 아바나 말레꼰 일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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