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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ug 06. 2020

코로나 비루스! 너네 나라로 돌아가!

한국인이지만 중국인으로 보이나니


쿠바로 여행을 오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치나다.

치나란 중국 여자를 일컫는 스페인어로 중국 남자는 치노, 중국 여자는 치나다. 한국에서 노란 머리의 양인들을 보면 간혹 사람들이 양키라 부르는 것과 같은 뉘앙스라 생각하면 쉬울 거다. “중국 남자! 중국 여자!”라고 부르는 것이지만 내 개인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상관없다. 아시아 사람이면 무조건 치노 치나라 부른다.


2015년 첫 쿠바 여행 때는 치나라 부르는 쿠바노(남자는 쿠바노 여자는 쿠바나)들에게 일일이

“노 치나 꼬레아나!” (중국인 아니다 한국인이다)

라고 외치며 다녔는데 그것도 일주일 넘어가니 대꾸하기도 지쳐서 나중엔 그냥 무시하고 다녔던 적이 있다.


“너넨 왜 동양인들만 보면 치노 치나라고 해?

한국인도 있고 일본인도 있잖아?”

“아시아 사람은 중국인이 제일 많잖아.

그게 뭐 중요한데?”


그래. 뭣이 중허냐고. 그게 문제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중국인과 일본인에 대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유독 중국인이다 라고 들으면 더 신경 쓰이는 것일 수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3월 중순이 안 되어 쿠바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왔다.

스페인어로 하면 코로나 비루스!


코로나가 이제 중국에서 급 번질 때쯤 길 가다 어떤 쿠바노다 나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코로나 비루스”라고 했었는데 그땐 웃어넘겼던 것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쿠바 아바나 모로요새에서 본 일몰 20200318


쿠바에 첫 확진자(이탈리아 관광객)가 생기고 나서 보름도 안 되어 곧 공항을 폐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내가 콜롬비아에 다녀오고 나서는 나흘 정도 되었을 때였다. 당시 비자 런을 하기 위해 나갔던 사람들은 서둘러 들어와야 했고 비자가 곧 만료될 사람들은 부리나케 다른 나라를 다녀와야 했다. 당일에 미국 플로리다를 다녀오기도 하고 하루 이틀 만에 멕시코를 다녀오기도 했다. 난 앞으로 90일은 체류할 수 있으니까 우선 이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평온했던 쿠바 아바나 20200321
쿠바 아바나 말레꼰 일몰 20200321


공항이 닫히기 전 날이었다. 닫힌다기보다는 외국인 입국 금지가 맞겠다. 나갈 사람은 3월 24일 전에 나가라고 했으니.


바보같이 공항 닫힌다고 쿠바에서 사는데 무슨 지장이 있겠냐 싶었지만 마트에 줄이 어마어마했다. 쿠바야 마트 줄 긴 날은 닭 같은 것이 들어온 날인데 닭 때문인가 보다 하고 말았다. 그리고 줄이 안 길 것 같은 마트를 갔더니 문이 닫혀 있었고 음료수라도 사러 다른 상점에 가는 길이었다. 거리에는 관광객 씨가 싹 마른 것처럼 그 많던 사람들이 보이질 않았다.


관광객이 사라진 쿠바 아바나 거리


길 가는 행인 커플이 갑작스럽게 나에게 이 말을 외치기 전까지 난 평온한 상태였다.


코로나 비루스!
너네 나라로 돌아가!


갑자기 달려들듯 나에게 외치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 사실 심장이 더 놀라 맥박이 빨라지고 내 걸음도 빨라졌다. 아무 말도 못 하고 놀란 가슴 부여잡으며

 ‘얼른 집에 가야겠다’라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쿠바에서 아무리 치나로 불리어도 이렇게 억울한 적은 없었는데 이 때는 너무 억울했다. 그 와중에 나 꼬레아나(한국 여자)인데?라고 말하기엔 내가 너무 새가슴인 데다가 쌈닭 체질도 아니니. 나름 잰걸음으로 그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내가 선택한 최고의 방법이었다. 집에 도착했는데도 심장은 쿵쾅쿵쾅.


이제 쿠바도 진짜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었다.

문제는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내가 몰랐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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